겉은 연두색, 속은 노란색의 잎이 사람 머리 정도의 크기로 겹겹이 말려 있는 채소가 있다. 그 이름은 서양에서 온 배추란 뜻의 양배추(洋白菜)다. 이 채소의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이니 정확한 이름이지만 방언에서의 이름은 매우 다양하다. 그 대표형으로 정리해 보자면 ‘다두배추, 가다배추, 카배추’ 등이다. 배추와 양배추는 식물학적으로는 다른 종이지만 생김새와 용도가 비슷하니 모두 배추라 하는데 문제는 앞에 붙은 말들의 유래다.

‘다두’와 ‘가다’는 이 채소가 서양에서 유래했지만 중국 북방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두는 ‘대두(大頭)’에 뿌리를 두고 있다. 크고 둥근 모양을 보며 큰 머리를 연상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가다’는 중국 북방 방언의 ‘거다바이(疙瘩白)’에서 유래한 것이다. 양배추를 표준 중국어로는 ‘간란(甘藍)’ 또는 ‘쥐안신차이(卷心菜)’라고 하지만 우리는 중국의 북방과 인접해 있으니 북방 방언을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카배추’는 방언 자료집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데 경상도 지역의 말에서는 자주 관찰된다. 도대체 ‘카’는 어디서 온 것일까? ‘가다’가 ‘까다, 가달, 까달’ 등으로도 나타나니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이 주로 경상도 지역에서 쓰인다는 것, 그리고 일본에서는 이 채소를 ‘캬베쓰(キャベツ)’라고 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배추는 한자 ‘白菜’를 음독해 ‘하쿠사이(はくさい)’라고 하지만 양배추는 영어 ‘cabbage’를 그대로 받아들여 쓰고 있다. 이왕 일본어에서 받아들인다면 온전하게 받아들여야겠지만 ‘캬베쓰’의 뒤 두 음절이 ‘배추’와 유사하니 이리 쓰는 것이다. 일본어에 익숙하신 어르신들과 그 영향을 받은 이들이 쓰고 있지만 곧 사라질 말이다. 양배추 잎의 겹 수만큼이나 많은 방언을 쌈으로 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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