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주필
코스피 5000에 보수 저류 변화
野 계엄 이어 내분으로 또 자폭
정치 초심자 法家 3인이 뇌관
尹어게인 퇴장은 시간의 문제
인적 쇄신과 비상체제 서둘고
노선도 AI시대 맞게 혁신해야
코스피 5000 돌파를 둘러싼 논란이 분분하다. 투자자 입장에선 과잉 유동성에 따른 거품인지, 6000도 바라볼 구조적 상승장인지의 고민이 있다. 6·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함의도 가볍지 않다. 여권에선 예상보다 빨리 달성됐다고 반색하면서도 선거 직전 폭락 가능성을 우려한다. 야권에선 현 정권의 친노조·반기업 성향을 강조하면서 그런 악조건을 뚫고 분투하는 기업들의 공으로 돌리려 한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격언처럼 주가는 파란만장하겠지만, 정치적으로는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4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했을 때(그날 종가는 2488) 반대 진영에서는 ‘정치적 허풍’이라며 조롱했다. 그런데 취임 7개월 남짓 만에 실현되자 존재론적 보수인 자산가와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마저 일고 있어 주목된다. ‘진보 정부에선 집값이 오른다’며 버티던 다주택자 중에도 이 정부는 다른 것 같다며 긴장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런 기류는 보수 정당엔 재앙이다. 그들이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진 않더라도 기권할 가능성은 커졌다. 최근 여론조사(한국갤럽 1월 5주)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4%, 국민의힘 25%, 무당층 24%였다. 지난해 대선 득표율이 이재명 49.42%, 김문수+이준석 49.49%로 사실상 같았음을 고려하면, 얼마나 많이 이탈했는지 알 수 있다. 보수 몰락 징후는 널려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되고, 한덕수 전 총리에게 특검 구형보다 훨씬 센 징역 23년이 선고됐지만, 국민은 덤덤하다. ‘윤 어게인’ 외침은 국민의힘 지도부 언저리에서 떠들썩할 뿐, TK에서도 사그라지는 중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현지 누나’ 소동, 김병기·강선우·최민희·전재수·장경태·이혜훈 논란에도 반사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는 ‘패배는 누적된 실수의 필연적 결과’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런 패배의 길로 깊숙이 접어들었다.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함으로써 알량한 지지 기반마저 허물고 있다. 집권 세력이 입법·행정을 장악하고 사법까지 노리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정치적 균형이라도 이루지 못하면, 민주주의 버팀목은 무너진다.
비상한 위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보수 정치가 이 지경에 이른 배경에는 윤석열·한동훈·장동혁 세 사람의 기막힌 인연과 악연이 있다.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검사 시절부터 공적으로 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였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놓고 갈라섰다. 장 대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사무총장을 맡았고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도 동참했지만, 지금은 정적(政敵)이 됐다. 모두 법률가 출신이고, 정치 경력 자체는 일천하다. 원칙보다는 타협과 양보가 본질인 정치와, 정해진 규칙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법치는 원래 상극인데, 법가(法家) 세 사람의 정치적 벼락 출세가 보수 정치 파탄의 뇌관이 됐다.
평생 공직에 있었던 사람들로서 애국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사즉생(死卽生) 결단을 해야 한다. ‘솔로몬 재판의 생모’처럼, 당을 구하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도 양보할 수 있어야 진짜 보수다. 장 대표는 설 연휴까지 승리의 희망을 만들지 못하면 물러서는 게 도리다. 한 전 대표도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윤 전 대통령은 정치는 물론 ‘윤 어게인’ 세력과도 절연해야 한다. 그런 조치들이 이뤄진 뒤 정치적 사심이 없는 사람을 삼고초려해 ‘비상 당권’을 맡기면 재기의 불씨는 지필 수 있을 것이다.
노선에서도 보수판 ‘제3의 길’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 시대는 기존의 보수·진보 이념을 뛰어넘는 문명사적 변화를 불러오기 시작했다. 2020년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뒤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구축하면서 정강·정책도 미래지향적으로 바꿨다. 중도는 물론 일부 진보 어젠다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승만·박정희 서사도, 길거리 투쟁 세력도 보수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이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지향이 필요하다. 진정한 보수는 기존 체제의 수호자가 아니라, 변화를 선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파괴적 변혁을 막는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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