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 트럼프, Fed 차기 의장 지명… ‘금리인하’ 향방은

 

FOMC위원 12인 기준금리 결정

매파·비둘기파·중립 각각 4인

새 의장 부임해도 설득이 관건

 

파월 5월 임기 종료 이후에도

FOMC 이사직은 유지설 ‘솔솔’

실제 유임 선택땐 78년만 최초

 

트럼프 “임기 끝나도 수사 지속”

기준금리 인하 관련 압박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한 뒤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공언과 달리 비둘기 성향이 약한 워시 전 이사 지명에 금과 은, 주식이 급락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그(워시 후보자)는 분명히 금리 인하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그가 바라는 Fed의 빠른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워시 후보자가 Fed 의장이 되더라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표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트럼프 대통령의 Fed 독립성 흔들기… 파월 의장, 이사직 버티기로 맞서나= 차기 의장 후보자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가 지속될 것임을 밝혀 두 사람 간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자칫 트럼프 대통령 압박에 파월 의장이 그동안 전례를 깨고 오는 5월 15일 의장 임기 종료 후에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직(2028년 1월 31일 임기 종료)을 유지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Fed 청사 리모델링 비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을 거듭하면서 “그(파월 의장)가 무능하다는 것이거나 그 또는 누군가가 사기꾼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파월 의장을 “느림보(Mr. Too Late)”라고 비난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도 이와 연관됐다는 게시장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압박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월 의장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Fed 독립성을 내세워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파월 의장은 지난달 28일 올해 첫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의장 임기 만료 이후 이사직 유임 관련 질문을 4차례 받았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의장에서 물러나더라도 이사로서 FOMC에 참여해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파월 의장이 의장 임기 이후에도 이사로 남는다면 7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매리너 에클스 전 의장은 1948년 1월 의장직에서 물러났지만 1951년 7월까지 이사직을 유지했다. 해리 트루먼 행정부가 전쟁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채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압박하자, 에클스 전 의장은 이사로 남아 통화정책 독립성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벌였다. 에클스 전 의장은 1951년 Fed의 국채 가격 지지 의무가 사라지고, 독립적 기준금리 결정 권한을 확실히 한 Fed-재무부 합의 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에클스 전 의장의 공을 기려 Fed 본관 건물의 명칭은 ‘매리너 S 에클스 빌딩’이 됐다.

파월 의장이 에클스 전 의장의 길을 걸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Fed의 조속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 워시 후보자가 Fed 의장 자리에 앉으려면 FRB 이사가 돼야 하는데 파월 의장이 이사 자리에서 버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1월 31일 임기가 끝난 스티븐 마이런 이사 자리밖에 없다. 파월 의장이 이사직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우군을 앉힐 수 있는 자리가 2개에서 1개로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 매파 4명·비둘기파 4명·중립 4명 팽팽한 FOMC… 워시 후보자의 설득력이 관건= Fed는 크게 FRB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FOMC라는 3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는 FRB 이사 7명과 뉴욕 연은 총재, 연은 총재 4명(뉴욕 제외 11개 연은 총재 중 4명) 등 12명으로 이뤄진다. 현재 FOMC를 구성하는 12명의 위원은 매파 4명과 비둘기파 4명, 중립 4명으로 구성된 살얼음판 같은 균형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기준금리 결정에서 통화 긴축을 강조하는 매파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나머지 FRB 이사 6명 중에서 필립 제퍼슨 Fed 부의장 겸 이사와 마이클 바 이사도 시장에서는 매파로 분류한다. 또 올해 FOMC에 들어온 연은 총재 4명 가운데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가 강경 매파로 평가된다. 이에 반해 비둘기파는 존 윌리엄스 FOMC 부의장 겸 뉴욕 연은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마이런 이사, 안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등 4명이다.

이들 8명 외에 미셸 보먼 이사와 리사 쿡 이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4명은 중립 성향으로 평가된다. 다만 카시카리 총재와 해맥 총재의 경우 매파적 시각을 드러낼 때가 있어 매파로 분류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미묘한 균형 상태에서는 기준금리 결정에 의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금리 결정을 보면 파월 의장에 맞서 금리 인하를 주장한 확고한 비둘기파가 월러 이사와 마이런 이사 2명뿐이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워시 후보자가 무탈하게 의장이 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빠른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위원들에 대한 설득력이 관건인 셈이다. 인도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31일 AP통신에 “그(워시 후보자)는 정교한 조율을 해야 한다(He has to thread that needle)”며 “정부에 너무 순응적(pliable)으로 비칠 경우, Fed 구성원들의 지지를 잃게 되고, 그 결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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