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재 ‘달동네 37’, 84×61㎝, 한지에 수묵채색, 2025.
김옥재 ‘달동네 37’, 84×61㎝, 한지에 수묵채색, 2025.

영상의 기억이 가물가물, 매서웠던 1월이 지나갔다. 불과 150년 전까지만 해도 소빙하기라 불릴 정도로 더 추웠다는데, 조상들은 어떻게 견뎌냈던 걸까. 역시 온돌이 한몫했을 것이다. 건축 거장 F 라이트가 도쿄 내 조선관(자선당)의 온돌을 체험하고서 ‘인류 최고의 난방’이라 격찬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고즈넉하고 아늑한 한 폭의 판타지를 만났다. 라보체갤러리에서 만난 ‘달동네 설경’(김옥재)이 왜 이렇게 포근하게 다가오는 걸까. 온돌 아랫목의 뜨끈뜨끈한 추억을 지닌 사람만이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이리라.

아래를 굽어보는 게 겸연쩍은 듯 옹기종기 엎드려 있는 달동네에 하늘의 ‘만나’(음식) 같은 함박눈이 내린다.

화면엔 시간적으로 밝음과 어둠, 공간적으로 하늘과 땅이 맞닿는 극적인 데가 있다. 멀리 공제선을 지키며 독야청청하는 소나무들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애환을 함께하면서 꿈과 의지를 키우고 있음이다. 따스한 서정에 건강함과 소망을 곁들인 서설의 화폭으로 입춘첩을 갈음한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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