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비례대표 저지 조항 違憲결정
일리 있지만 더 큰 부작용 우려
독일이 5% 하한 고수하는 이유
극단세력 원내 진출 길 넓히면
정치적 대립과 갈등 증폭될 것
비례대표 확대도 더 어려워져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9일 비례대표 저지 조항(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하거나 지역구 선거에서 5석 이상을 얻은 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토록 한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수십 년 동안 유지돼온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은 뜻밖이며, 현실 정치에 큰 파장이 우려된다.
비례대표 저지 조항은 독일에서 비례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창안됐다. 바이마르공화국 당시 군소 정당의 난립으로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의 민주정치를 복원하면서 정치적 안정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로 건설적 불신임과 함께 이 조항을 도입했다. 지금도 독일은 총선에서 5% 이상 득표하지 못한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서 배제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면 실시하는 독일은 비례대표 의석이 전체 의석의 절반이며, 초과 의석이 문제 될 경우 지역구 의석보다 많을 때도 있다. 이런 독일에서 저지 조항은 해당 정당에 치명적인 타격이며, 정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도 독일은 여전히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헌재는 저지 조항이 신생 정당의 출현을 어렵게 하여 양당제의 폐해를 확대·재생산하고,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나라는 저지 조항의 필요성이 작으며, 군소 정당 난립 문제는 비례대표 의석이 300석 중 46석밖에 되지 않아 심각하지 않고, 이마저도 교섭단체 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일면도 있지만, 헌재는 정당에 대한 불신, 정당이 작성한 비례대표 명부에 대한 불신, 군소 정당 난립의 심각성 등 이 제도의 단점을 너무 가볍게 평가한 듯하다.
첫째,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의원내각제 국가보다 정부가 안정적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일 못지않게 선거를 통해 구성된 의회 및 정부의 안정적인 기능 수행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처럼 정치 양극화 현상이 심하고 정당 기속이 강한 국가에서 저지 조항이 없어 원내 군소 정당이 난립할 경우, 의회의 의사결정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다.
둘째, 이러한 혼란 속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소수 정당이 갈등·대립하는 가운데 거대 정당의 정책 경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 부작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셋째, 저지 조항이 없다면, 극우 또는 극좌 극단주의 정당의 세력이 커지게 된다. 극단주의 정당들이 소수의 의원을 통해서라도 원내에 진출하게 되면 극단주의에 대한 강경 대응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들이 의회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울지라도 (특히 온정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에서) 한솥밥 먹던 의원들의 정당을 위헌정당으로 몰아세우기 쉽지 않다. 우파가 극우정당을, 좌파가 극좌정당을 그렇게 몰아세울 수 있겠는가? 그것이 어렵다는 점은 더불어민주당이 통합진보당 잔존 세력을 흡수하고, 심지어 총선에서 해산된 통진당의 후속 정당인 진보당과 선거 연대까지 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넷째, 군소 정당의 난립이 심해지면 정치적 대립·갈등과 분열도 더 심해질 것이다. 최근 양대 정당이 극단적 진영 갈등으로 점점 극단주의 세력에 끌려다닌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번 헌재 결정은 이런 정치 상황을 더 조장하는 일로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는 더 어려워진다. 비례대표제도 자체가 갖는 장점을 살리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에 비해 국민 의사의 정확한 반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도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채택한 나라가 더 많고, 우리나라에서 소선거구 다수대표제 지역구 선거 의석수가 비례대표 의석수보다 월등히 많은 것은 비례대표의 단점도 못지않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불만 세력은 있다. 이들을 규합해 1∼2%의 지지만 만들어내도 원내 진출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헌재는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일부 극단주의 정당이 원내에 진출해도 교섭단체 구성은 어려울 것이어서 문제없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독일에서 5% 저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극좌, 극우의 극단주의 정당들이 득세하는 상황을 헌재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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