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2월 4일은 입춘(立春)이다. 달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봄’이다. 흥미로운 점은 입춘을 실질적인 ‘새해의 시작’으로 여기는 전통적 인식이다. 과거 입춘은 농사와 생활 리듬의 전환점이었기에,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같은 글귀를 붙이며 한 해의 복을 기원했다. 하지만 입춘은 단순한 연도의 교체라기보다 시간의 순환 속에서 계절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을 알리는 표식에 가깝다.
입춘은 24절기 체계에서 늘 ‘봄의 시작’으로 소개된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가 이날을 기점으로 날씨가 풀리고 매서운 추위가 물러나길 막연히 기대한다. “입춘이 지났으니 이제 봄”이라는 말이 관용구처럼 쓰이는 이유다. 그러나 입춘은 당장의 기상학적 변화가 아닌 천문학적 기준에 따른 절기다.
실제로 한국의 2월 초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눈이 내리고 강추위가 몰아치며 체감 온도가 영하권에 머물기 일쑤다. 입춘이 봄 구간의 첫머리를 알리지만 그것이 겨울의 완전한 퇴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수, 경칩, 춘분으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눈과 한파는 언제든 다시 찾아온다. 대지 아래의 온기가 채 올라오기도 전에 이름표부터 앞서가는 셈이다.
절기는 약속이 아니라 관찰의 결과다. 옛사람들은 태양의 움직임과 자연의 변화를 살펴 계절의 흐름을 스물네 지점으로 나누었다. 입춘은 그 흐름 속에서 “이제 해가 길어지고 양기가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일러 주는 이정표다. 즉 이미 따뜻해졌다는 ‘상태의 선언’이 아니라, 앞으로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방향의 예고’다.
결국 입춘은 결과가 아니라 방향이다. 여전히 춥고 겨울의 그림자가 길게 남아 있을지라도, 태양의 고도는 높아지고 계절의 축은 이미 돌아섰다는 신호다. 입춘은 봄이 도착했다는 마침표가 아니라, 봄으로 가는 길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희망의 서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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