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여권의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가 검찰에 대한 강한 적개심에 눈이 어두워 범죄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의 적실성이나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과격 종교집단 원리주의자들이 ‘성전’ 치르듯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수사 기관과 기소·공소유지 기관을 분리하는 게 범죄 척결에 도움 되지 않고, 경찰의 권력 종속성만 더 심해져 ‘여권이 처벌받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란 지적도 타당성 있게 들리는데, 모든 비판과 우려에 귀 막고 도그마로 정해 놓은 목표로만 돌격하고 있다.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자칭 ‘검찰개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부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만든 공소청법안 제6조 제1항은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고 돼 있는데,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많다. 애써 만든 검찰청 폐지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게 핵심 이유다. 조국혁신당까지 포함해 범여권 다수파는 공소청장이라고 부르자고 한다. 그게 명실상부하지만, 그러기엔 헌법적인 문제가 있다. 헌법 제89조가 ‘검찰총장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임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청 해체와 검찰총장 폐지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할 뿐 정부조직법 개정과 공소청법 제정으로 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 검찰을 없애면서 검찰청의 검사를 공소청 검사로 살려 놓겠다는 것도 편법이고 꼼수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설립 취지에 맞춰 ‘공소관’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해 보인다. 하지만 헌법 제12조 제3항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돼 있어 ‘검사’ 이름도 함부로 없애기 어렵다.
검찰청 폐지는 헌법에 명시되고 전제된 검찰 제도를 하위 법률로 부인한 것으로, 검사와 검찰총장 이름을 살려 놓는다고 위헌 문제를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감사원을 회계검사원으로, 국회를 최고인민회의로 바꾸고서도 그 수장을 회계검사원장·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아니라 감사원장·국회의장으로 계속 부르는 것 같은 억지다. 공자는 정치를 하면 가장 먼저 정명(正名)부터 하겠다고 했다. 이름과 실질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형사사법체계 핵심 조직 수장의 명칭부터 사기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겠나.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1
- 좋아요 2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