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를 “사회적 암”으로 규정하고, 다주택자를 “마귀”로 지칭하는 수위라면 정책적 접근으로 비치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는 고도 성장의 부산물로서 복잡한 뿌리를 갖고 있는데, 선악의 문제로 규정하고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값이 오른 건 다주택자의 투기 때문’이라는 식의 인식 역시 시장의 현실과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3일 SNS와 국무회의를 통해 또다시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는다”며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압박했다. 매도가 어려운 현실을 전한 언론 보도를 놓고는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건 아니겠죠”라면서 “이들로 인한 수백만 청년의 피눈물은 안 보이시냐”고 했다. 앞서 “수십·수백 채씩 사 모으는 바람에 집값과 임대료가 올라 결혼 포기하고 출산이 줄어 나라가 사라질 지경”이라고 했던 비난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정말 집값 상승의 주범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2022∼2024년 기간 수도권 2주택자는 4만여 명이 늘었는데,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300여 명 감소했다고 한다. 수도권 다주택자 비중도 2019년 15.6%에서 2024년 13.9%로 낮아졌다. 서울 전체 주택의 40%가 다세대·다가구라는 점에서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의 경우 노후 생계형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시일 내에 처분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청와대 비서진과 여당 의원들 중에도 다주택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 대부분이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만 봐도 이 대통령의 인식과 실상은 상당히 다르다.

일부 지역에서 매물이 나온다고 하지만, 시장 안정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2004년 도입된 다주택자 중과세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입장이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6·3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시장을 누르고 있자는 심산이 아니라면,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금융·세제 전반을 종합 검토하는 정밀한 정책으로 접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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