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미줄 규제’에 세입자 타격
대출규제·토허제가 초래한 ‘전세 실종’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 한달새 6% 줄어
서울 아파트 월세 중위값 124만원 달해
금천구선 45㎡빌라가 月150만원에 거래
양도세 중과 부활땐 월세 더 치솟을 우려
부동산 시장 ‘술렁’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규제의 직격탄을 세입자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월세마저 치솟으면서, 서울 주거의 과반을 차지하는 임대차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전세가 증발한 자리를 고가 월세가 채우며 세입자들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급증한 월세 수요가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부활되고 보유세까지 오를 경우 전세가 소멸되고 세금이 전가돼 ‘월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주택점유형태 중 자가와 임차 가구는 각각 44.1%, 53.4%다. 임차 수요는 여전한데도, 매매 물량만 소폭 늘고 전세 물량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건수는 지난 1월 1일 5만7001건에서 이날 5만9021건으로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 건수는 2만3060건에서 2만1674건으로 6.0% 감소했다. 매매 매물 증가 폭에 비해 전세 매물 감소 폭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난은 월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주택 월세 중위값은 사상 처음 100만 원을 넘겼다. 아파트로 좁히면 124만 원이다. 중위값은 평균 가격과 달리 초고가 월세 영향을 적게 받아 시세를 판단하는 데 더 적합한 지표로 평가받는다.
외곽지 중소형 주택에서는 한때 고가 월세의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00만 원짜리 월세가 흔해졌다. 지난달 31일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1단지 전용면적 49㎡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110만 원에 계약됐다. 구로구 구로두산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3일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165만 원에 거래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31.8로 집계돼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썼다.
서민의 주거사다리인 빌라도 마찬가지다. 준공 20년이 넘은 관악구 신림동 빌라 전용 63㎡는 지난 2일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30만 원에 계약됐다. 같은 날 금천구 시흥동 빌라 전용 45㎡는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50만 원에 거래됐다.
임대차 시장 불안이 매매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월세와 매매값이 꼬리를 물며 상승하기 때문이다. 주거비 부담에 내몰린 서민들도 외곽지와 수도권 매매 수요로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 ‘입주 가뭄’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실거주 의무 등이 맞물리면 전세는 소멸될 수밖에 없다.
월세 매물도 동반 감소하는 만큼 임대차 수급 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전세난이 월세 대란으로 번지면 주거난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팔린다고 해도 세입자가 대출을 받기 힘들어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다주택자가 아닌 세입자”라고 말했다.
주거비 상승은 가처분소득 감소→교육비, 식비 등 소비 감소→경제 침체 등 악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 월세는 미국, 유럽과 달리 거액의 보증금을 물린 보증부 월세라 고비용인데, 서울 주거 형태 중 절반이 넘는 임차 가구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이소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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