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수의 Deep Read - 검찰, 권력, 그리고 법치
檢수장, 법률상 국무회의 출석 권한 없어… 李와 얼굴 대하기 자체가 ‘외압’
검찰의 독립성·공정성 훼손 논란 증폭… ‘정치가 법치 좌우’ 우려 현실로
검찰 수장인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27일에 이어 3일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출석했다. 이 대통령의 ‘참석’ 지시에 따른 것이다.
검찰 수장이 대통령과 매주 대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외압’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 대통령은 집권 직전까지도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해 말 ‘대장동 항소 포기’에 이어 4일에는 위례 사건에 대해서도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 수장의 국무회의 출석
국무회의는 대한민국 정부의 최고 심의기관이다. 헌법 제89조에 규정된 사항들은 필수적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국무회의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부 내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와 관련해 정부조직법 제12조 제3항은 ‘국무위원은 정무직으로 하며 의장에게 의안을 제출하고 국무회의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3조 제1항은 ‘국무조정실장·인사혁신처장·법제처장·식품의약품안전처장·국가데이터처장·지식재산처장 그밖에 법률로 정하는 공무원은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비춰 볼 때, 검찰 수장은 법률상 국무회의의 구성원이 아닐뿐더러, 출석 및 발언의 권한이 없다. 그동안 소방청장, 기상청장 등의 국무회의 참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재난 등의 문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소환한 것과 계속 참석하는 것은 다르며, 특히 검찰 수장의 정례적인 국무회의 참석은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된다.
검찰 수장을 법무부 장관이 만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실에서 소통하는 것도 아니고, 국무회의에 매주 참석하게 하는 의도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검찰 수장을 공식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함으로써 상당한 압박감을 주고, 정치권 수사 과정과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우려를 만들어낸다. 검찰이 제2, 제3의 ‘대장동 항소 포기’를 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는 현실로 돌아왔다. 검찰은 4일 위례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의 독립성·공정성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곧 공권력 행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로 바로 연결된다. 검찰 수사에 국민이 민감한 이유는, 범죄를 확인하고 체포·구금할 수 있는 수사권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수사권이 올바르게 행사되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사권이 오남용되어 엉뚱한 사람이 체포·구금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다. 그래서 종래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와 분노를 표했던 것이다.
물론 수사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수사에서 유죄로 인정돼 기소된 경우라 하더라도 법원의 재판에서 무죄로 인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의 재판에서 그 잘잘못이 확인될 터이니 수사권의 오남용에 의해 체포·구금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정치권 수사에 대해서는 우려가 더욱 크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청 폐지의 명분으로 삼았던 것은 검찰권의 오남용이었다. 검찰이 ‘대통령의 칼’이 되어 대통령의 정적(政敵)들에 대해서는 가혹하고 무리한 수사를 벌이거나, 측근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를 해온 전례들이 있기 때문에 현 여권의 검찰청 폐지라는 초강수가 정당화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되고, 그럼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 수장을 국무회의에 출석시키는 조치는 법률이나 관행에도 반할 뿐 아니라,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조치이다.
◇법치 좌우하는 정치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수사기관 구성원들의 법과 정의에 대한 신념이 뚜렷해야 하고 둘째, 수사에 대한 ‘외압’이 없어야 하며 셋째, 이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3대 특검의 수사 과정과 결과를 보면, 수사기관 구성원들의 법과 정의에 대한 신념도 뚜렷하지 않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결 역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및 김건희 여사의 1심 판결에서 보듯이 담당 판사에 따라 양형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매우 크다.
지금 여권에 의한 검찰청 폐지 등 수사기관에 대한 외압뿐 아니라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법원에 대한 정치적 외압이 광범위하게 행사된다는 우려가 크다. 사법부의 독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독립은 주목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더욱이 경찰이나 곧 출범할 중수청 등 수사기관은 검찰에 비해 권력의 외압에 대한 제도적 독립성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현실은 종종 정치가 법치를 좌우한다. 현직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위례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줄줄이 항소를 포기하는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관련된 3대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동원된 180일간의 수사도 모자라 2차 종합특검을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의 법치는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험요소이며, 민주와 법치라는 두 바퀴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장래가 매우 위태로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커지는 우려
정치도 법치도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할까. 그로 인해 국가 수사의 총역량이 줄고 범죄대응능력이 약화돼 국민을 범죄로부터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태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장의 국무회의 출석은, 그것이 헌법과 법률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와 외압에 따른 검찰의 독립성 및 수사 공정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 용어설명
‘대장동 항소 포기’는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한 1심 판단의 법리 다툼을 끝까지 이어가지 않고 항소를 포기한 것. 권력이 개입해 사법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음.
‘3대 특검’은 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 지난해 말 모두 종료됐으나 여권이 2차 종합특검을 진행 중. 개별 사안의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 조성 장치라는 지적 있어.
■ 세줄 요약
검찰 수장의 국무회의 출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매주 국무회의에 출석 중. 검찰 수장은 법률상 국무회의 출석 권한·의무 없어. 대통령과 매주 공식 대면하는 것 자체가 ‘외압’으로 여겨질 것.
검찰의 독립성·공정성: 검찰이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돼야 수사기관이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어. 검찰 수장을 국무회의에 출석시키는 조치는 법률이나 관행에 반할 뿐 아니라,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조치임.
법치 좌우하는 정치: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은 검찰이 줄줄이 항소를 포기하는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관련된 3대 특검은 종료 후 2차 종합특검을 진행. 우리는 종종 정치가 법치를 좌우하는 현실을 목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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