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올해 우리 사회는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10월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제37조 제9항 신설) 그리고 이 규정이 시행되면 대한민국은 역사상 초유의 ‘검찰청이 없는 나라’가 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이미 ‘중대범죄수사청법(안)’이 마련됐고(2026년 1월 12일 공고), 1월 26일 이 법안에 대한 각계의 입법의견이 마감됐다.

중수청이 수사하게 되는 ‘중대범죄’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국가보호(내란, 외환 등)·사이버 범죄이다. 그리고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을 지휘, 감독한다. 중수청장은 원칙적으로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에 생소하게 등장하는 수사사법관은 형사소송법 제197조 제1항에 따른 직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이 수사사법관에 대응해 1∼9급의 전문수사관도 만들어졌다. 한편,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은 중대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중수청장에게 통보해야 하고, 중수청장은 그 사건의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을 신설하는 일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는 중대한 사안인데도 중수청 법안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졸속 법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먼저, 중수청장은 원칙적으로 오랜 경력을 가진 법조인으로 그 자격이 한정돼 있는데도 행안부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게 돼 있다. 특히,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도 중수청장은 행안부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 윤호중 장관만 하더라도 법률이나 수사 전문가가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중수청이 행안부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되면 정권에 의한 수사 개입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규정은 국가수사본부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개입할 수 없는 것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이른바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의 차이도 알 수 없다. 즉, 수사사법관과 7급 이상의 전문수사관은 모두 형사소송법 제197조 제1항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는데, 양자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차이점이라면 정년(수사사법관은 63세, 전문수사관은 60세)뿐일 것이다.

오죽하면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중수청과 경찰의 수사범위가 중복되고 무엇보다도 사건 핑퐁이 우려된다며 공개적으로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겠는가. 중대범죄는 해석에 따라 그 범위가 한없이 넓어질 수 있고, 그 결과 어느 수사기관이 어떤 범죄를 담당하는지 애매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수청에 이첩 요청권과 임의적 이첩권이 주어졌으니 중수청은 입맛에 따라 사건을 가져가거나 돌려보낼 수 있게 된다. 결국 수사의 지연, 무엇보다도 사건에 대한 책임 회피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이다. 현행 KICS가 과연 중수청과 공소청이라는 이질적 기관을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을까? 법안조차 엉성하니 걱정스럽다.

이미 우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실패를 경험했다. 중수청이 실패한다면 그 폐해는 공수처의 경우와 비교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제도가 제대로 정비될 때까지 중수청 시행은 연기해야 옳다.

정혁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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