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전국부 부장
지난 1월 27일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가 호소문을 발표했다. 국가유산청이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에 끝없이 제동을 걸자 주민들이 폭발한 것이다. 주민대표회의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세운4구역 세계유산영향평가 강제권고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소문 내용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2017년 1월 문화재청 고시를 통해 ‘세운지구는 문화재청의 별도 심의를 받음’ 조항을 삭제했고, 2023년엔 세운4구역 문화재심의 질의회신을 통해 ‘세운4구역은 문화재청의 협의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비촉진계획변경을 추진해 왔는데, 국가유산청이 돌연 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고 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강남 선정릉도 세계문화유산인데 250m 지점에 높이 151m 포스코센터빌딩과 154m DB금융센터빌딩이 있고, 500∼600m 지점엔 높이 227m의 무역센터빌딩이 있다”며 “이들 건물 때문에 선정릉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의 우려가 있나. 강남의 선정릉은 문제없는데 강북의 종묘는 문제인가”라고 비판했다. 세운4구역 주민들은 이미 국가와 국가유산청 관계자를 대상으로 총 160억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며, 추가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정부·여당 대 서울시·주민의 다툼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1·29 주택공급 대책’에 세계문화유산 태릉·강릉과 인접한 노원구 태릉CC 개발을 통한 6800호 공급계획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더 확산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국가유산청과 국토부는 각각 다른 나라 정부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가유산청은 보존지역과 뚝 떨어져 있는 세운지구 개발은 반대하면서 명백히 세계유산 영향 범위에 들어 있는 태릉CC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반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태릉CC는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직접 포함돼 있고, 세운지구는 그 범위 밖에 있다”며 “태릉CC가 (개발)될 수 있다면 세운지구 또한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국내의 법·조례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서로 다른 체계”라며 “국내에서 정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 얼마나 겹치느냐가 영향평가 필요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태릉CC 개발계획은 환경단체마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에서 “청와대가 주도한 조급증과 실적 위주의 낡은 사고방식이 빚어낸 정책 참사”라고 비판했다. 결국, 강남 선정릉 개발사례나 정부의 태릉CC 개발계획을 볼 때 세운4구역 고층건물 건립 반대에 선거를 겨냥한 정쟁 성격이 깔려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진정 종묘를 지키기 위해 세운4구역 개발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논리적 일관성은 갖춰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의 종묘 경관 영향을 확인할 실측에 나서든, 태릉CC 개발도 똑같이 결사반대하든 소모적 정쟁에 하루빨리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1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1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