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내 남측 철책 이남 관할권 한국군 이관 제안…전체 DMZ 남측구역의 30%

유엔사 “기존 입장 변화 없어”…국방부 “정전협정 관련 유엔사 입장 존중”

안규백 장관, DMZ 관할권 유엔사와 공동 관리에 부정적 입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강원 고성 구간과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등을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강원 고성 구간과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등을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문제가 한미 간 주요 안보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방부가 실무선에서 미국 측에 DMZ 공동관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엔사 관계자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공동관리 제안에 부정적 입장임을 분명히했다.

국방부는 실무선에서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쪽 2㎞까지인 DMZ 남측구역 중 남측 철책 이북은 계속 유엔사가 관할하고, 철책 남쪽은 한국군(국방부)이 관할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미군 및 유엔사측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철책은 MDL 남쪽 2㎞ 지점을 연결한 남방한계선에 설치돼야 하나, 대북 감시 및 경계 임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일부 지역에선 이보다 북쪽에 설치됐다. DMZ 남측구역 중 철책 이남 지역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약 30%에 달한다.

5일 한미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국방부는 실무선에서 미국 측에 DMZ 관할권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했고,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와 한미안보협의회(SCM) 등 한미 국방 당국 간 협의체에서도 의제로 다룰 것을 요청했다.

DMZ 남측구역 중 남측 철책 이북 지역은 계속 유엔사가 관할권을 갖고 인원 출입 때도 승인권한을 행사하는 대신 철책 이남 지역은 한국군이 인원 출입에 대한 승인권을 갖는 등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게 국방부의 구상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5일 “국방부는 정전협정에 의한 유엔사의 권한을 존중하며, DMZ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유엔사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안규백 장관은 DMZ 관할권 문제와 관련해 유엔사와 공동 관리를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이 단호하게 선을 그은 이유는 정전협정과 대북 제재 위반 소지 때문이다. 지난달 유엔사 측은 “대한민국이 DMZ 출입 승인 권한을 갖는 것은 정전협정에 정면충돌하는 것으로 유엔군 사령관 권한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것(so undermine)”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 장관은 미국 측과의 관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는 “다른 당사국의 심각한 우려(significant concern)를 불러올 것”이라며 유엔사를 구성하는 핵심 국가인 미국 정부 차원의 대응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여당이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에 한해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한다는 내용이 담긴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통일부도 입법 지원에 나서자, 유엔사는 이 법안은 정전협정과 상충한다면서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엔사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DMZ법이 통과된다면 정전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한국 정부가 협정 적용 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DMZ에 대한 관할권이 전적으로 유엔사에 있음을 강조했다.

국방부 실무진 제안은 DMZ 관할권을 군사적, 비군사적 목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남측 철책을 기준으로 지역적으로 구분해 공동관리하자는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실제 남측 철책 이남에는 일반전초(GOP) 등에서 한국군 병력이 상주하고, 군 관계자들도 수시로 출입하고 있어 한국군이 관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국방부의 제안이 실현되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DMZ 평화의 길’ 재개방도 일부 구간에선 성사될 수 있다.

DMZ 평화의 길 코스는 2019년 4월 개방됐으나 전체 11개 코스 중 3개 코스(파주, 철원, 고성)의 DMZ 내부 구간이 2024년 4월 안보 상황을 이유로 일반에 개방이 중단됐다.

정 장관은 지난달 21일 DMZ 평화의 길 고성A코스 구간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 신뢰회복 조치 차원에서 DMZ 내부 구간을 다시 열어서 평화의 길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사는 같은 날 배포 자료를 통해 “DMZ 내부에 위치한 3개의 도보 구간은 보안상 이유로 출입이 제한되며 유엔군사령부의 관할에 속한다”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DMZ 남측구역 중 남측 철책 이남 지역의 관할권이 유엔사에서 국방부로 이관되면 철책 이남까지는 DMZ 평화의 길 재개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DMZ 법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이어서 정부 내 입장 차이로 비칠 수 있다. 통일부는 DMZ 관련 사항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안이 원칙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유엔사가 얘기한 건 유엔사 입장이고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 입법 권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DMZ 남측구역 중 남측 철책 이북 지역은 유엔사가 관할권을 갖고 인원 출입 때도 승인 권한을 행사하고, 철책 이남 지역은 한국군이 인원 출입에 대한 승인권을 갖자는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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