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관북리 유적서 ‘횡적’ 발견

 

행정체계 쓴 목간 329점도 나와

경신년 적혀 540년대 제작 추정

‘사비 백제’의 왕궁지였던 충남 부여군 관북리 유적에서 1400여 년 전 피리가 출토됐다. 삼국시대 관악기 실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최초로, 유물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목관악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백제의 국가 운영 체계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목간도 수백 점 무더기로 나왔다.

5일 국가유산청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대나무 관악기 ‘횡적(橫笛·가로피리)’1점이 7세기 백제 조당(朝堂·왕과 신하가 국정을 논의하던 공간) 건물로 파악되는 곳 인근 구덩이에서 출토됐다고 밝혔다. ‘삼국사기’ 등 문헌 기록에만 남아있던 백제 악기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횡적의 탄소연대측정 결과 568~642년 연대 값이 도출돼, 백제가 사비로 천도한 이후 시기의 것으로 파악됐다.

출토 당시 길이는 22.4㎝로, 몸통 일부가 유실되고 납작하게 눌린 상태였다. 연구소는 악기를 복원하면 소금(小금)과 유사한 형태이며, 소리는 소금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왕궁의 핵심 공간에서 발견돼 백제 궁중 음악과 소리를 실증적으로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물이 출토된 구덩이는 조당에 딸린 화장실 시설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소 관계자는 “악기가 왜 화장실에서 출토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부러진 악기를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제의 국가 행정 체계가 담긴 총 329점의 목간도 6세기 초중반 사용된 수로에서 집중 출토됐다. 국내 단일 유적에서 확인된 목간 중 최대 수량이다.

비슷한 종류의 목간을 끈으로 엮어 만든 편철(編綴) 목간도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출토된 것 중에는 기존 목간에 적힌 글씨를 삭제하거나 수정하기 위해 표면을 깎아내며 생긴 ‘삭설’(削屑)도 다수를 차지했다. 목간을 여러 차례 재활용하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간은 백제가 538년 사비로 수도를 옮긴 후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평가된다. ‘경신년’(庚申年), ‘계해년’(癸亥年)이라고 적힌 목간은 각각 540년과 543년의 제작시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목간 중에는 사비도성의 중앙행정구역인 5부 및 지방 행정체계 재편 과정을 보여주는 목간도 다수 포함됐다. 목간을 통해 ‘도독’ ‘여무’ 등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관직명과 ‘하서군’ ‘개비군’ 등 새로운 지명도 확인됐다. 특히 시간을 직접 표기한 목간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사례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로 여겨온 ‘전(畑)’ 등이 적힌 목간이나, 일본 목간에서 보이는 문자에 선행하는 글자 형태가 적힌 목간도 발견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백제 문화가 일본 고대 문자 문화가 성립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지현 기자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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