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25% 재인상 방침을 밝힌 이후 경제계 최대 화두로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뒤 10월 29일 협상 타결 때까지 ‘관세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한국 경제가 자칫 또다시 ‘잃어버린 1년’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주요 그룹이 지난해 미국 정계에 쏟아부은 로비 자금은 전년 대비 30.7% 급증한 1541만 달러(약 215억 원)에 달하지만, 이는 일종의 ‘참가비’에 불과하다. 진짜 한·미 경제 외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네트워크(인맥)’다.

최근 관세 재인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빈손 귀국했으며, 조현 외교부 장관도 관세 문제 합의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정부 외교 및 통상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 공식 창구만으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재계에는 미국과의 튼튼한 네트워크를 갖춘 인사들이 많다. 당장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방위산업체인 풍산그룹을 운영하며 미국 행정부 내 굵직굵직한 인맥을 형성해 온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그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막역한 관계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는 쿠팡의 이사회 멤버로 6년 이상 일해 한국 실물경제에 밝은 ‘지한파’ 인사로 꼽힌다. 재무부·Fed·월가 등 세계를 움직이는 ‘드러켄밀러 사단’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경제 정책 라인에 대거 포진해 있다.

워시는 쿠팡의 초기 투자자이자 현직 쿠팡 Inc의 이사이며,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운영하는 투자사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의 파트너로도 일했다. 드러켄밀러는 워시와의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로 표현할 정도로 각별하다.

게다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과거 소로스 펀드에서 드러켄밀러의 부하 직원으로 일한 인연도 있다.

이 같은 네트워크는 한국 경제외교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과 안일한 대응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쿠팡의 미국 내 네트워크를 한국 경제외교의 지렛대로 이용한다고 해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각종 논란을 빚은 쿠팡에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관세 대응에 실패할 경우 또다시 한국 경제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부만의 문제도, 기업만의 문제도 아닌, 온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인 국가 경제의 명운이 달린 문제다. 진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여·야는 물론이고 청와대와 산업계가 ‘원팀’이 돼 총력 체제를 가동해야 ‘잃어버린 1년’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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