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먼즈의 재생

우치다 다쓰루 지음│ 박동섭 옮김│유유

한국에서만 50권이 넘는 책이 번역 출간됐다. 이토록 한국 독자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얻은 일본 지식인이 또 있을까. 정치, 철학, 교육, 무도 ,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 사상을 설파해 온 우치다 다쓰루 고베여대 명예교수가 이번엔 ‘약하고 친절한 리더’를 제시한다. 경쟁과 양극화로 치달으며 점점 빠르게 추락하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최근 10년간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묶어 낸 이번 신간은 부제인 ‘공공, 환대, 관용은 어떻게 회복되는가’라는 질문에 ‘우치다식’으로 답한다. 한정된 자원과 인간의 무한한 욕망으로 인해 미래는 어차피 장밋빛이 아니다. 우치다 교수는 이제 ‘대대적인 전환’은 불가능하다면서, 그저 “갑자기 몰락하지 않도록” 세계를 ‘연착륙’시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가 제안하는 것이 바로 ‘커먼즈의 재생’이다.

커먼즈는 공공의 것, 공동체로 종종 해석되는데, 이를 ‘재생’한다는 건 가치의 합의를 기반으로 자원과 정보를 공유하는 작은 단위의 공동체를 회복한다는 의미다. 그 공동체는 “가장 약한 이를 중심축으로 삼는 사회”이며 “약하고 친절한 리더가 일꾼”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우치다 교수는 이러한 ‘작고 느슨한 공동체’만이 지속 가능하다고 말한다. “강한 자에게 자원을 우선 배분하는 약육강식형 공동체, 가장 두터운 층인 ‘평균적인 능력을 지닌’ 구성원의 편의에 초점을 맞춘 평범한 공동체는 이제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무력한 존재를 포함하고, 구성원들이 그를 함께 기르고 치유하며 지원하는 역동적인 구조로 공동체를 다시 설계해야 생존력 있는 공동체가 성립하는 것이지요.”

효율 극대화가 ‘선’이고, 성장·능력을 제일로 꼽는 현대사회에서 그의 얘기는 동화처럼 들린다.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과격한 이들은 공산주의의 재현이냐고 비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수십 년째 ‘커먼즈’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의 삶을 보면, 그 주장은 허세도 무모한 꿈도 순진한 상상도 아니다. 우치다 교수가 고베에서 운영하는 ‘개풍관’은 무도 수련장이며 공동체의 가치를 공부하고 공유하는 학교이고, 누구든 맘 편히 머무는 ‘모두의 집’이다. 사재를 털어 쌓아올린 이 집을 지역과 공유해 온 그는 이제 ‘약하고 친절한 리더’의 자리를 넘긴다고 한다. 다음 관장은 오랫동안 우치다 교수 밑에서 수련한 이 지역의 ‘보통 여성’이다. 286쪽, 1만8000원.

박동미 기자
박동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