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다’라는 형용사가 사라져 가고 있다. ‘냅다 뛰어가다’에 쓰여 몹시 빠르고 세찬 모양을 가리키는 부사 얘기가 아니다. 연기 때문에 눈이나 목구멍이 따가운 느낌이 들 때 쓰이는 형용사 말이다. 과거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모닥불을 지펴 불을 쬘 때는 이 말을 사용할 일이 많았다. 그러나 화재를 비롯해 원치 않는 불이 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연기를 맡을 일이 없으니 이 형용사를 쓸 일이 없어 잊히는 것이다.

‘내’도 마찬가지다. ‘시내’에도 쓰인 ‘내(川)’가 아니다. 연기나 냄새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어 ‘연기(煙氣)’ 이전에 쓰이던 고유어였지만 이제는 거의 안 쓰인다. 냄새를 가리키는 ‘내’도 마찬가지다. ‘구린내, 노린내’ 등의 합성어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단독으로 쓰이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냄새’도 ‘내’에서 나온 말인데 결국 이 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냄새는 공기 중의 입자를 코로 느끼는 것이고 연기 중의 입자도 코를 자극하니 ‘내’와 ‘냅다’의 뿌리가 같을 가능성이 있다.

요즘 음식의 맛을 논할 때 ‘불맛’을 많이 언급한다. 특히 고화력의 화구에 기름을 듬뿍 두른 웍을 사용하는 중국 요리에서 많이 사용된다. 달궈진 웍에서 올라오는 유증기에 불이 붙어 생겨나는 맛이기도 하다. 웍뿐만 아니라 직화로 고기를 구울 때 기름에 불이 붙으면서 난 연기가 고기에 배기도 하는데 이것도 불맛이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불과 그로 인한 연기의 조화이니 ‘맛’이 아닌 ‘내’의 문제다. 불 때문에 연기가 나고 그 연기 속의 입자가 코를 자극한다. 맛은 혀로 느끼고 내는 코로 느끼니 이는 맛이 아닌 내인 것이다. 전라도나 제주에서는 ‘냇내’라는 말이 지금도 쓰인다. 두 개의 ‘내’가 결합한 말인데 차례로 연기를 뜻하는 말과 냄새를 뜻하는 말이 결합한 것이다. 불맛의 물리적 속성과 우리의 말맛을 살린다면 ‘냇내’가 맞다. 그래야 음식에도 냇내가 더해진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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