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정치라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정치판의 무능과 비효율을 생각하면 일시적 유행에 그칠 좀비 산업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정치 산업의 성장은 힘센 정치 유튜버들이 주도하고 있다. 진보 진영의 ‘정치 설계자’라는 친여 성향 유튜버는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한 보수 성향 유튜버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 노선과 선거 전략을 상의할 만큼 최측근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두 사람 모두 구독자 100만 명을 훌쩍 넘긴 파워 인플루언서다. 극단 정치는 정치 산업의 토양이고, 유튜버의 분노와 선동은 부양제이며, 조회 수는 성과를 가늠하는 지표다.

정치 유튜브는 내용의 극단성 여부와는 별개로 자유로운 정치 토론의 장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다. 인기만 확보하면 광고와 후원으로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 소비의 대상인 상품으로 전환되는 순간, 분노와 갈등이 지루하고 느린 민주주의의 토론과 숙의를 대체한다.

최근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자에게 인지도를 높여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유튜브 방송에 출연시키거나, 여론조사·선거 컨설팅까지 묶은 ‘정치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정치를 파는 사람들, 이른바 폴리티프러너(Politipreneur)다. 정치 브로커나 컨설턴트와 다르다. 출마 예상자 여론조사를 남발하거나, 상향식 공천 대신 중앙당의 전략공천을 노골적으로 주장한다면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신인 발굴→방송 노출을 통한 인지도 상승→공천 영향력 행사→출마’로 이어지는 구조는 K-팝 스타 양성 시스템과 닮아 있다.

문제는, 기존의 정치 관련 법과 제도로는 폴리티프러너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정치 산업의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결국 주권자가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유튜버의 극단적 주장을 의심하고, 반대 의견을 찾고, 충동적 행동을 자제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중독성 강한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이들의 마케팅을 개인의 이성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돈벌이 수단이 되면 정치는 폭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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