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중앙대 명예교수·법학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28일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부패방지법(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그리고 정영학 회계사 등 피고인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4일 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판박이’로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해 항소 포기 입장문을 내놨고,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5일 ‘법리상 되지도 않는 사건으로 나를 엮어 보겠다고 거짓 증거까지 냈다’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SNS)에 올렸다.
검찰의 항소 포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검찰의 조작 수사 민낯이 드러났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또다시 정의에 눈을 감고 불의 앞에 침묵을 택했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현상적 측면만 보면 전형적인 여야 모습이다. 검찰은 대개 권력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잘 알아서 처리했다.
권력에서 멀어진 입장에서 보면, 권력형 부패와 비리를 못 본 체 묻어 버리는 검찰을 두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주당 정권은 권력을 쥐고도 검찰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계속 불만을 드러낸다. 검찰을 향해 대놓고 법대로 일하지 말라고 겁박하니 보기에 좋지 않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기소하려고 했던 것은 약간의 오해를 한 때문으로 보인다.
5·16 이후 30년 이상 이른바 우파 정치 집단이 집권하고 있었고, 그동안 좌파와 운동권은 권력형 범죄를 수사하지 않는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던 좌파가 집권했으니 검찰이 법을 법대로 집행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전 정권에 대해 적폐청산을 하더니 그 잣대를 그대로 집권 여당 정치인들에게도 들이대기 시작했다.
정치권력을 가진 쪽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흘러가면 조용히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민주당은 마치 법치주의를 억압하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검찰총장의 인기만 높여줬다. 그 와중에 윤 전 검찰총장은 검찰이 법 집행을 법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으니 그의 첫 번째 중대한 오판이다. 이후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비상계엄을 선포해 반대파를 제압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 두 번째 심각한 착각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눈치챘다. ‘검찰은 정치권력에 맞서면 안 된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제1심 판결이 내려진 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뇌부에 사실상 항소 포기를 압박했다. 검찰에서는 강한 반발이 있었다. 이후 이러한 ‘항명’에 가담했던 검사들은 정기 인사에서 ‘좌천’됐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아직 요원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 대장동과 달리 이번 위례 항소 포기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의 반발이 없는 듯하다.
검찰의 정치적 종속성은 그동안 권력 집단과 관련된 극히 일부 사건에만 국한되는 현상이었다. 그 자그마한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치적 독립을 시도한 결과 검찰은 수사 권한을 경찰에 모두 넘겨주게 됐다. 이제 우리 국민은 비정치적인 사건에서조차 모든 처분을 경찰에 의해서만 받게 됐다. 이는 전적으로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을 오인한 검찰 때문이다. 검사가 되기 위해 밤낮으로 법학 공부만 열심히 한 것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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