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트럼프 3년 美 국가안보 로드맵

동맹은 지속되나 부담은 늘듯

북한 억제 1차 책임도 한국 몫

 

전작권보다 美 첨단 정보 긴요

AI 활용해 北 核 쏘기 前 무력화

3축체계도 AI 기반 전환 필요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1년 만에 한미동맹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수많은 억측과 혼선이 해소되는 기류다. 백악관이 지난해 11월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월 국방부가 ‘국방전략(NDS)’을 내놓음으로써 트럼프의 남은 3년간 펼쳐질 안보·국방 로드맵이 완성됐다. 두 문건의 핵심은 오로지 미국을 위한 안보를 하겠다는 것이다. 유일 슈퍼 파워로서 해야 할 글로벌 역할은 접고 미국의 이익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이다.

두 문건을 보면서 앞으로 부침은 있겠지만, 동맹은 깨지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들었다. 국방전략 발표 후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이 취임 후 첫 해외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해 서울을 찾은 것도 각별하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말기 당시 “재선이 되면 나토(NATO)에서 탈퇴하고 한미동맹도 파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참모들이 뜯어말려 공론화가 중단됐지만, 트럼프 재선 시 동맹 파기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2기 국가안보·국방전략엔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긴요하다’고 기술됐다. 대만에서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 보호 등을 위한 한·일과의 공조가 언급되며 한미동맹의 범위는 한반도를 넘어선 영역으로 확장됐고, ‘북한 억제는 한국이 책임 주체’라고 명시됐다. 미 당국자들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지만, 웬일인지 이 문건들에선 빠졌다. 북한이 전술핵을 방사포와 섞어 쏘게 되면 한국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미래전연구센터·정보세계정치학회가 지난 1월 29일 개최한 ‘사이버-AI-핵 넥서스(연결고리)의 국제정치’ 세미나에서 북핵을 AI 기반 첨단 시스템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 눈길을 끈다. 김양규 국방대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북핵 대응을 위해 핵 개발을 할 경우 리스크가 크고 비용도 많이 든다”면서 “AI를 활용해 멀리서 정확하게 쏘게 되면 핵무기도 무력화된다”고 했다. AI 기반 첨단 감시 체계로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는 에릭 슈미트 등과 쓴 ‘AI 이후의 세계’(2021)에서 ‘AI 기반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면 핵 공격 등을 사전에 감지해 반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AI 혁명은 2022년 챗GPT가 출시되며 본격화했는데, 키신저는 그전에 이미 AI를 통한 핵 억지 가능성을 예견한 것이다. 김 교수는 발표에서 “AI 기반 첨단 감시 정찰 시스템은 김정은이 핵을 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미국 역할을 “핵심적, 제한적”으로 규정했는데 여기에 AI 안보 공조가 포함된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트럼프 3년을 잘 활용하면 ‘AI 북핵 억지’를 넘어 핵 역량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에 집착하기보다 대북 억제 능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한반도 안보를 한국에 맡기겠다고 한 만큼 전작권 전환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전작권 전환보다 AI 기반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하고, 미국이 정찰위성 등으로 파악한 대북 감시·정찰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 최근 유용원·부승찬 의원 등이 전력운용·무기체계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국방인공지능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한 것도 주목된다.

둘째,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체계를 갖추고 원자력잠수함 건조에 집중해야 한다. 김 교수는 세미나에서 “50여 개 수준인 북핵은 AI 기반 시스템으로 억지할 수 있지만, 200개가 넘으면 어렵다”고 했다. 그때를 대비해 자위적 핵 개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북한이 핵·미사일에 AI 기반 시스템을 연결하지 못하도록 유엔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 AI 기술의 북한 이전 차단을 위해 한·중 전략적 공조도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

콜비 차관은 세종연구소 연설에서 “동맹은 비례적 기여와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핵이 북핵 대응 및 미국의 인태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납득시킨다면 동맹 친화적 핵 개발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향후 3년 이재명 대통령이 하기에 따라 한국은 동맹 공조에 기반한 자주국방의 길을 열 수 있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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