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대표적인 신혼여행지로 꼽히는 피지에서 최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지는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휴양지로, 지난해에만 약 100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맑은 바다와 백사장, 고급 리조트로 유명한 관광지에서의 감염 확산 소식에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5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피지 보건부와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은 올해 피지 내 HIV 및 AIDS 환자 수가 3000명을 넘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 보건 관계자들은 감염 확산의 주요 배경으로 마약 사용 증가를 지목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신속 평가 보고서를 통해 피지 내 마약 사용자들 사이에서 비위생적인 주사기 공동 사용 관행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HIV 전파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블루투스 트렌드’로 불리는 극단적인 약물 사용 방식이 확산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마약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 이미 약물에 취한 다른 사람의 혈액을 주사해 환각 효과를 얻는 행위로, 감염 위험이 매우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신규 HIV 감염자는 1583명에 달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만 1226건이 추가로 보고됐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가량은 오염 가능성이 있는 주사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피지 정부는 지난 1월 공식적으로 ‘HIV 발병’(Outbreak)을 선언하고 국가적 위기 대응에 나섰다. 피지 보건부는 WHO 등과 협력해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 관계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HIV 검사와 치료 접근성을 확대해 누구도 의료 체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선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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