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그간 지속적으로 ‘승차 거부 없는 택시’의 실종 우려가 제기되었던 ‘배회영업수수료 금지’ 법안 통과가 결국 현실화됐다. 국민의 이동 서비스 품질 유지에 치명적인 구멍을 메울 마땅한 대책 수립이 불가능한 가운데 3개월이라는 촉박한 유예 기간까지 더해지면서 제도 수립 과정에서 택시 영업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당시 정부와 택시 업계는 치열한 ‘사회적 대타협’과 1년여에 걸친 제도화 과정을 거치며 택시 플랫폼 체계(Type 1, 2, 3)를 만들어 냈다. 이 중 가맹택시에 해당하는 Type 2 모델은 승차 거부, 불친절한 서비스, ‘깜깜이’ 이동 경로 등 일선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섬세하게 고려한 디자인이었다.

일명 ‘타다 모델’인 Type 1(플랫폼운송사업)은 매출의 5%를 기여금으로 납부하고 총량을 제한하는 규제로 인해 일찌감치 그 생명력을 잃었다. 택시 단체의 집요한 반발과 의혹 제기에도 겨우 명맥을 유지해 온 가맹 모델(Type 2) 역시 이번 법안으로 인해 정체성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출퇴근·심야 시간 등 택시 이용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수수료가 들지 않는 길거리 영업(배회 영업)으로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있도록 장려하는 조건이 갖추어진 만큼 ‘승차 거부 없는 서비스 품질 좋은 택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회 영업에 대한 수수료 체계는 택시업계에서도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12월 플랫폼과 택시 업계 간에 열린 상생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았음에도, 입법 강행을 통해 특정 단체의 눈앞의 이익에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며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이 더디게 진행될 상황에 놓여 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2021년 전동 킥보드 헬멧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PM법’ 시행 당시의 혼란을 떠올리며 이번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성급한 ‘졸속 입법’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기도 하다. 당시 PM법은 현장의 적응을 위해 2년이라는 계도 기간을 뒀고,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던 개정 당시에도 1년여의 제도화 과정이 있었다. 현장의 혼란과 제도적 안착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 기간도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입법의 아쉬운 부분이다.

출퇴근·심야 시간대 택시 승차가 이전 대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 인지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법안에 따라 시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더해 서비스 품질의 심각한 저하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하려던 업계를 일정 기간 ‘강제 정지’ 상태에 돌입시켰다는 우려도 있다. 짧은 기간 내 서비스 품질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국가적 미래 기술 전략 중 하나인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집중력이 분산될 우려가 있다. 미국·중국의 빅테크도 넘보지 못한 한국 모빌리티 시장은 택시 이익단체의 끊임없는 의혹 제기와 각종 규제로 인해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기계 파괴 운동 같은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며 기술 혁신의 불가피성을 역설해 왔다. 글로벌 흐름은 도태된 시장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익단체들의 요구에만 귀 기울이다 한국의 AI 모빌리티 선두 그룹 진입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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