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기밀 자료를 추가 공개하면서 그 후폭풍이 유럽 정가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키어 스타머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비서실장이 사임했고, 프랑스에서도 전직 장관이 엡스타인 연루 의혹 속에 공공 연구기관 수장에서 물러났다.
8일(현지시간) 스타머 총리의 비서실장인 모건 맥스위니는 성명을 내고 “피터 맨덜슨 임명 결정은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내가 총리에게 이를 조언했고, 그 책임을 전적으로 진다”고 밝혔다.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알면서도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는 스타머 총리는 맥스위니 실장 사임 발표 이후 “우리 당과 나는 그에게 빚을 졌고, 그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등 보수당 지도부가 위기 국면에서 비서실장을 희생시켜 총리직을 지키려 했으나 오히려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전례가 있다며, 당내 불만이 큰 스타머 총리의 정치적 운명 역시 맥스위니 실장 사임으로 바뀌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형편없는 결정을 내린 총리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강경 우파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5월 선거에서 노동당이 참패한 데 이어 스타머 총리도 곧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엡스타인 관련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자크 랑 전 문화장관은 공공 연구기관인 아랍세계연구소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2013년 회장으로 취임한 랑 전 장관은 엡스타인 연루 의혹과 관련해 연구소를 감독하는 프랑스 외교부에 9일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인 8일 밤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는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드러난 미국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부인과 함께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촘스키 교수의 아내 발레리아 여사는 엡스타인이 자신들을 과학에 관심 있는 자선사업가로 속였으며, 그의 과거 미성년자 성착취 전력을 알지 못한 것은 중대한 실수였다고 밝혔다.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에는 엡스타인이 2019년 수사에 대비해 촘스키에게 대응 조언을 구한 정황과 양측의 만남, 금융 거래 내역 등이 포함돼 논란이 확산됐다. 촘스키 측은 해당 조언이 언론 대응 경험에 근거한 일반적 발언이었으며, 카리브해 섬 방문이나 범죄 연루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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