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자민당이 압승했다. 중의원 총 465석 중 자민당은 단독으로 3분의 2가 넘는 316석을 확보,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자민당 압승에 더해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가 36석을 얻어 연립여당은 총 352석이 됨으로써 헌법 개정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개헌에 반대한 리버럴 정당이 퇴조하면서 일본의 보수화를 실감하게 했다.

지금까지의 선거는 자민당이 조직선거에 치중한 데 비해 야당은 무당표에 의한 바람 선거가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선거는 예외였다. 다카이치는 20, 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사회관계망(SNS)에서 ‘사나카츠’(다카이치 사나에를 지원한다) 열풍으로 선거의 정책적 쟁점을 모두 삼켜 버렸다. 큰 쟁점이었던 소비세 감세마저 받아들이면서 여야의 정책 차이는 사라지고, 다카이치의 이미지와 스타일에 빠진 팬덤 현상으로 자민당이 압승한 것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 시대와 같은 자민당 1강 체제로 복귀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앞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국민의 기대를 과연 얼마만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인플레이션과 엔저가 계속되는 환경에서 다카이치가 주장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 오히려 고물가를 부추겨 실질소득이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다카이치의 높은 지지율이 얼마만큼 계속될지도 미지수이다.

이번 자민당의 압승으로 중의원은 개헌 발의선를 넘어서면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보통국가화(化)’ 개헌안 발의가 현실화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안보정책에서도 방위비 증액 기조는 강화되고, 비핵 3원칙 재검토와 안보 3문서 개정의 흐름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일본의 헌법 개정은 국회 발의(중·참의원 3분의 2)를 통과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 아베 시기에도 안정적인 다수의 의석을 확보했지만, 개헌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카이치는 아베와 달리 자신의 우파 지지 세력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헌 프로세스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도 자민당과 함께 참정당과 국민민주당이 개헌에 찬성하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는 적극화할 것이다.

다만, 국회 발의를 하기 위해서는 정당 간 협의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리고 국민투표까지 가기는 시간이 더욱더 걸릴 것이다. 일본 국민은 헌법 개정에는 본능적 거부감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결국, 헌법 개정은 국민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는 것이 가장 큰 허들이 될 가능성이 짙다.

한일 관계는 순풍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대결적 자세를 지속하는 한,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기에는 전략적 여유가 없다. 다카이치 총리는 우파의 지지에 충실하더라도 국제 관계에서 갈등의 전선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본 정치권의 컨센서스이다. 다카이치 정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정치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한일 관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액션을 적극적으로 실현해 한일 관계를 안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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