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新·舊 보수로 완전 갈라선 국면

韓 제명, 결별 정당화 명분일 뿐

6·3 선거 전략 놓고 충돌 격화

 

보수 패권 경쟁 춘추전국 돌입

이준석은 제3 보수의 길 실험

새로운 선택은 지지층·국민 몫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제명은 당내 갈등이나 분열 차원을 넘어선다. 대한민국 보수가 구(舊)보수와 신(新)보수로 구조적으로 갈라섰음을 상징한다.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한 강경·전통 보수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흥·개혁 보수가 각자의 살림을 차린 것이다. ‘국민의힘’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 있지만, 두 세력은 이미 정치적 공동체라 보기 어려운 상태다. 보수 분화가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 차례 헤어진 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 연합으로 다시 뭉쳤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논란과 탄핵을 거치며 2차 분화의 길로 들어섰다. 한 전 대표 제명은 원인이라기보다 예정돼 있던 결별을 위한 핑계에 가깝다.

무엇이든 진화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보수가 전면 붕괴 대신 분화를 택한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일 수 있다. 동시에 이는 구보수와 신보수가 보수 진영의 헤게모니를 놓고 ‘2차 내전’에 돌입했음을 뜻한다. 1차 내전에서 주도권을 쥔 구보수는 이후 두 차례 총선과 한 차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연달아 패배했다. 윤 전 대통령을 영입해 정권 탈환에는 성공했지만, 보수의 정치적 자산을 소진시키는 결과로 귀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 전 대표는 구보수와 신보수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MZ 보수를 자임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합리적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가세하면서 보수 진영은 사실상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6·3 지방선거는 구도와 인물, 주요 이슈 전반에서 민주당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뭉치면 이긴다’는 구호 아래 강경 지지층 결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친윤 인사를 선거 전면에 배치하고, 당 강령과 당헌·당규에서 ‘기본적인 삶의 보장’보다 ‘건국과 산업화’를 강조하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전두환·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게시하고, 이른바 ‘자유 우파 청년’을 대거 전략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유튜버가 조언자로 거론되는 배경 역시 다르지 않다. 윤어게인 등 20% 안팎의 강경 지지층을 단단히 붙들어 놓은 뒤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오 서울시장은 공천 배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장동혁 디스카운트’ ‘당을 자멸로 몰아넣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노선과 선거 전략을 둘러싼 근본적 충돌에 가깝다. 한 전 대표가 대구 등지에 출마할 경우, 장 대표가 선거 패배 시 책임을 ‘보수 분열의 원인 제공자’로 규정해 한 전 대표에게 전가하려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의 지지만 유지된다면 선거 패배 자체는 치명적이지 않다는 인식이야말로,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위기의 본질일지 모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3일 국민의힘 개혁파 모임 ‘대안과 미래’ 토론회에서 “고령층과 영남 중심 지지 기반이 축소되고, 젊은 세대가 정치의 주력이 될 것”이라며 “이들에게 어떤 정치적 공간을 제공할지에 대한 구조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30과 6070의 세대 연대를 통해 노동시장과 연금·복지 문제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풀어가자고 제안하면서도, 장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과 선거 연대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수도권 중심으로 보수 주류를 재편할 수 있었지만, 친이·친박 내홍으로 좌초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누가 진짜 친박인가’를 둘러싼 갈등 끝에 탄핵이라는 자멸을 맞았다. 반면, 진보 진영은 ‘폐족’ ‘시대착오적 진보’라는 혹독한 자기비판 이후 노조와 시민단체, 다양한 사회 세력을 결집하고 새로운 인물을 수혈받아 안정적인 권력 연합을 구축해 왔다. 이 대비는 보수가 무엇을 놓쳐 왔는지를 보여준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이혼할 거면 미루지 말고, 망할 거면 빨리 망하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어정쩡한 봉합은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구보수든 신보수든, 혹은 제3의 보수든 이미 경쟁은 시작됐다. 어느 노선이 옳은지, 누구에게 보수의 미래를 맡길지는 내부 합의로 정해지지 않는다. 보수 지지층과 유권자가 이 경쟁의 전 과정을 지켜본 뒤 판단하게 될 것이다.

유병권 논설위원
유병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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