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2위 거래소인 빗썸에서 지난 6일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랜덤 박스 이벤트 이용자에게 62만 원의 보상금을 보내려다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한 것이다. 총 62조 원 규모로, 빗썸이 실제 보유한 물량(4만2794개)의 14배가 넘는다. 회사 측은 1788개의 비트코인만 실제 거래됐을 뿐, 99.7%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에다 하루 평균 6조 원 이상이 거래되는 상황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외부 해킹과 전산 오류·출금 지연·접속 장애 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는 차원이 다르다. 가상자산 시장을 뿌리째 뒤흔드는 치명적인 내부 통제 실패다. 직원의 컴퓨터 클릭 한 번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코인’이 장부상으로 생성돼 실제 거래와 현금화까지 이뤄진 것이다. 주식시장 경우엔 매매 중개는 증권사, 시장 운영은 한국거래소, 주식 보관과 결제는 한국예탁결제원이 나눠 맡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소가 모든 기능을 독점하고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

이번 사태를 ‘휴먼 에러’나 ‘해프닝’으로 넘겨선 안 된다. 디지털 금융 시대가 보내는 심각한 경고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사라면 즉각 영업 정지 또는 퇴출이 불가피했을 사안이다. 더 이상 국회와 정부가 논의 중인 가상자산 2차 입법을 늦출 이유가 없다. 최소한 보관과 결제 기능은 거래소로부터 분리하고, 대규모 자산 이동은 이중·삼중의 자동 차단 장치를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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