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지청 부임한 안미현 검사

 

“검찰 인사 후 형사부에 왔더니

사건 무서울 정도로 계속 쌓여

‘핑퐁’보다 일할검사 없어 문제”

 

또다른 검사 “부산은 무간지옥”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가 2018년 5월 당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뇌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가 2018년 5월 당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뇌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인사이동해 왔더니 미제사건이 330건 … 암담하다.”

오는 10월 2일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수사·기소 분리는 물론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 등 검찰 무력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검찰청 형사부로 발령 난 한 고참 검사가 SNS에 올린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거센 외풍 속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조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일선 검사의 비애가 담겼다는 평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천안지청 소속 안미현 부부장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지금 우리 검찰청은’이란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지난달 29일 검찰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천안지청 형사1부로 이동한 안 검사는 “4일 첫 출근을 하고 깜짝 놀랐다”면서 “전임자가 남겨둔 송치사건만 330건이다. 더 놀라운 것은 전임자가 1월에 처리한 사건 수가 228건이라는 거였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미제(사건)가 많이 남았다”고 적었다. 안 검사에 따르면, 이번 인사 전까지 이 부서에 부부장검사가 3명이었지만 현재는 안 검사 1명뿐이며, 소속 검사도 특검과 정교유착 합동수사본부로 2명이 파견 가면서 초임검사 2명만 남았다고 한다.

안 검사는 “사건이 매서울 정도로 쌓여 금요일 퇴근할 때 내 사건부(미제사건)는 350건을 눈앞에 두게 됐다”고 절망감을 나타냈다. 이어 “공소시효 임박 사건들을 보고 있는데, 슬픈 것은 보완수사요구를 다녀와 시효 완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다시 보완수사요구를 보내면 시효 완성 전까지 이행돼 올지 미지수라 직접 보완수사를 하기로 했다. 앞날은 고사하고 지금 당장 일선 현장은 충분히 망가져 있다”고 한탄했다.

안 검사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쌓인 사건을 처리하는데, 끝날 것 같지 않다”면서 “보완수사요구를 하면 사건이 ‘핑퐁’ 되는 상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말 일할 검사가 얼마 안 남았다는 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검찰 내 대표적 소신파 검사로 자신을 “대표적 반윤(반윤석열) 검사”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안 검사의 글에 동료 검사들은 “나도 일선 부장으로 와서 놀라고 있다. 일할 수 없는 상황” “부산 형사부는 더함. 무간지옥 열림” 등의 댓글을 달며 무너진 일선 현장의 상황을 알렸다.

검찰청 폐지·수사권 박탈 등으로 검찰을 떠나는 검사가 늘어나는 데다 특검 인력 차출까지 겹치면서, 검찰 미제사건은 폭증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미제사건(3개월 초과) 수는 3만7421건으로 2024년 1만8198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2차 종합특검으로 추가로 인력이 빠지면 미제사건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처리,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결정 등이 이뤄지면 사표를 내는 검사들이 더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혜진 기자, 이후민 기자
황혜진
이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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