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과 빙판 위에만 ‘국가대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주방의 화구 앞에도 자랑스러운 ‘국가대표’가 있다.
대한체육회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동계올림픽이 개막하기 전인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대회가 폐막하는 오는 22일까지 17일간 이탈리아 3개 지역에 ‘팀코리아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체육회는 가장 많은 선수단이 머무르는 밀라노를 비롯해 코르티나와 리비뇨까지 3개 지역에서 매일 한식을 만들어 점심과 저녁 2끼씩 선수단에 제공하고 있다. 약 3주간 조리를 위한 공간을 임대하고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재료를 공수하는 데만 총 22억 원이 들 정도로 상당히 규모가 큰 사업이다.
체육회는 하계대회는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동계대회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부터 현지에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매번 한국에서 영양사와 조리장, 조리사 등이 단체로 이동해 선수들의 식사를 책임진다. 이번 대회에도 조은영 진천선수촌 영양사와 김중현 진천선수촌 조리장, 조리사 21명 등 35명이 파견돼 선수들의 입맛 살리기에 나섰다.
한국 사람은 밥심이다. 자칫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대한체육회는 이탈리아 현지에 ‘작은’ 진천선수촌 식당을 옮겨 놓았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발열도시락을 제공해 선수들이 따뜻한 식사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약 3주 동안 3개 지역의 급식지원센터에서는 밀라노 50개, 코르티나와 리비뇨 각 25개 등 매 끼니 100개 정도의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영양사와 조리장, 조리사 등은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쉴 새 없이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은 뒤 굽고 삶고 볶고 끓이고 있다.
9일 오전 밀라노의 포트라 로마나 지역에 위치한 대한민국 선수단 급식지원센터를 찾았다. 선수촌과 가까운 호텔의 식당을 전부 임대했다. 선수들에게 맛있는 한식을 제공하기 위해 2년 전에 일찌감치 선점했다. 이곳에서는 조은영 영양사와 김중현 조리장이 매 끼니 도시락 제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한식 위주의 식사가 제공된다. 종목별 특성에 따라, 또는 선수들의 개별 요청에 따라 도시락의 양과 메뉴를 조절할 만큼 세심한 운영은 기본이다.
특히 이번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식사가 단백질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 매 끼니 200g 이상의 고기 반찬을 준비하는 등 최상의 경기력을 위한 지원이 한창이다. 덕분에 3주 동안 사용하는 고기의 양만 700㎏이 넘는다. 통관이 어려운 김치도 젓갈류가 사용되지 않은 채식 김치를 6개월 넘게 통관을 준비해 어렵사리 공수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빙판과 눈밭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선수들만큼이나 이들 모두는 가슴과 팔뚝에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주방의 국가대표’로 낯선 이탈리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중현 조리장은 “한국에서 국민들이 응원을 해주시는 만큼 우리들도 이탈리아에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든 음식을 먹은 선수들이 더 힘을 내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조은영 영양사도 “이번 올림픽은 설 명절을 타국에서 보내는 선수들을 위해 사골국과 불고기, 각종 전과 잡채 등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우리도 선수들과 같은 마음으로 이탈리아에 와서 요리로 응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라노=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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