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무의 Deep Read - 대통령의 집값 잡기
집값 상승, 다주택자 탓 아냐… 시장, ‘양도세 중과 다음은 종부세 강화’ 공포
공급 부족으로 전월세 급등 우려… 盧·文정부 때 부동산정책 실패 거울삼아야
다주택자를 겨냥한 이재명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연일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참전’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 문제는 권력의 과도한 개입이 초래할 부작용이다. 시장의 반격이 일어나고 이에 정부가 강력 대응할 경우, 전월세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다주택자 마귀론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마귀’로 규정하고 ‘다주택자=투기꾼’이란 오래된 국민 정서적 반감을 증폭시켰다. 과연 최근 주택시장의 가격 급등이 다주택자의 투기 탓일까.
2020년 7·10대책으로 입법화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2주택자 8%·3주택자 12%) 영향으로 다주택자의 추가적인 투자가 시장을 교란하기에는 힘든 상황이 됐다. 이후 서울시 주택 수가 301만 호에서 2024년 317만 호로 증가했지만, 다주택자 수는 같은 기간 38만 명에서 37만 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극도로 높은 취득세를 무시한 다주택자들의 적극적인 투기가 발생했다는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즉, 최근 수년간 ‘똘똘한 한 채’를 추구하며 나타나는 국지적인 가격 급등을 다주택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적절한 비난이다. 오히려 과도한 다주택자 규제로 수익 구조가 취약한 빌라시장에서 안정적인 자산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투자 위축이 발생했고, 그 빈틈을 사기적인 집단이 진입함으로써, 전세사기 등의 문제가 불거진 빌라시장 붕괴가 초래됐다는 해석이 더 합리적이다.
시장은 정부 정책에 영향받는다. 하지만 비합리적인 정책은 원치 않는 부작용을 초래해, 국정 방향을 바람직하지 못한 쪽으로 몰아세운다. 대통령이 확언하듯 서울 강남 한강벨트의 똘똘한 아파트 가격을 마귀로 몰아 잡겠다면 못 잡을 것도 없다. 문제는 그로 인한 부작용과 사회적 대가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강남이나 똘똘한 한 채의 가격 급등을 못 막아서가 아니라, 똘똘한 한 채의 문제를 덜 똘똘한 한 채 문제로 확전시켜 매매시장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넘어 전월세시장의 불안까지 촉발했다는 점이다.
◇盧·文 시절의 기억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가격의 전반적인 안정보다는 대형 및 고가 주택에 대한 과수요를 유도함으로써 불균형한 가격 조정을 초래한다. 부동산114의 아파트 시세지수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초기 2003년 10·29대책으로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한 후 2006년 말까지 3년간, 소형 아파트도 상당한 상승세(20%)였고 대형 아파트 가격은 폭등(49%)했다.
이후 2006년 말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 등 강화책을 내놓고, 고가 주택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한 후 대형 아파트는 제자리걸음(4%)인데 오히려 소형 아파트 가격은 급등(44%)했다. 다양한 규제의 누적적인 결과로 고가 아파트 가격 급등은 억제됐지만, 노무현 정부 기간 서울시 전체 아파트 가격은 74% 이상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를 보면, 2018년 9·13대책 이전까지 강남 아파트 가격은 29% 폭등한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16%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9·13대책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부세 최고세율 강화, 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불허 등 일련의 규제 강화로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은 45% 상승했고, 노도강은 72%나 올랐다. 결과적으로 서울시의 전체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실거래가지수로 96%나 상승했다.
강남의 재건축이나 고가 아파트만을 바라보면 노·문 두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문제는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 대한 구매 수요가 규제 강화로 억제되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해 전체 시장의 평균적인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역사적 사례들이 이재명 정부에 던지는 질문은, 강남과 한강벨트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 가격을 잡는 것에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선택이냐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의 악몽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필연적으로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를 불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후 선택될 종부세의 심각한 강화를 짐작하게 하는 대통령의 은유적인 메시지가 시장을 더 ‘악몽’에 떨게 하는 것이다.
이미 종부세 최고세율 5%, 취득세 12%, 양도세 82.5%의 조합은 국제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극강’의 조합이다. 다주택자들이 팔지도 사지도, 최소한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임대사업을 하기도 힘든 구도이다. 어느 나라 주택시장이건 40% 내외의 가구가 임대주택을 소비하게 된다. 공공임대주택으로 모두 대체할 수도 없다.
노·문 정부의 경험은, 과도하게 누진적인 구조의 종부세 도입과 강화가 집값의 안정도 달성하지 못하고 전월세시장의 불안만 키웠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누진적인 구조의 종합부동산세는 물건 단위 보유세의 교과서적인 국지적 임대료 전가효과를 넘어 광역적인 보유세 전가효과를 발생시킨다.
종부세의 부담 정도를 단순히 세율로 판단하기 어려운 다면적인 구조가 있다. 대신 매년 부과된 종부세 징수액의 변화와 (완전)월세지수로 분석하면, 노무현 정부 시기 종부세 도입·강화로 서울시 아파트 월세는 20%, 문재인 정부 시기엔 30%나 올랐다. 반면 윤석열 정부 때에는 종부세 완화로 경기도와 인천시의 월세 급등 추세가 안정됐다.
그러나 서울지역 아파트 시장의 월세는 공급 부족의 여파로 여전히 오르는 중이다. 공급 부족의 문제가 해소되기 힘든 향후 수년간의 시장 상황에서 종부세의 재강화는 월세 급등을 필두로 전월세시장의 불안을 심각하게 가속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의 불안
대통령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등 SNS를 통한 직접적인 정책 메시지 개입이 강남을 포함한 한강벨트 지역의 똘똘한 한 채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킬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 부족 문제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전월세시장이다.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시장의 반격으로, 신규 계약에도 적용되는 전월세상한제나 3+3+3 계약갱신청구권 강화 같은 독약이 처방될 경우, 빌라 시장을 넘어 아파트 전월세시장까지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 기류가 형성되는 상황이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전 아시아부동산학회장
■ 용어 설명
다주택자 ‘마귀’론은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옹호를 ‘마귀에게 양심 뺏긴 것’이라고 비판한 것. 이에 대해 다주택자의 문제를 ‘도덕적 가해자’의 문제로 환원하는 프레이밍이라는 비판 나와.
‘똘똘한 한 채’란 여러 채의 집이 아니라 핵심 지역의 고가 주택 한 채를 보유하는 것. 문재인 정부 시절 세제 강화로 ‘여러 채 보유=고위험’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정책 환경이 강제한 선택임.
■ 세줄 요약
다주택자 마귀론: 대통령이 연일 SNS 메시지로 부동산전쟁 ‘참전’ 중. 다주택자를 ‘마귀’로 규정하고 ‘다주택자=투기꾼’이란 국민 정서적 반감을 증폭시켜. 하지만 주택시장의 가격 급등이 다주택자의 투기 탓은 아냐.
盧·文 시절의 기억: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 두 정부의 문제는 똘똘한 한 채의 문제를 덜 똘똘한 한 채의 문제로까지 확전시켜, 매매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을 넘어 전월세시장의 불안을 촉발한 것.
‘양도세 중과’의 악몽: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필연적으로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를 불렀고, 이는 공급 부족을 일으켜 결국 전월세시장의 불안을 가속화. 대통령의 집값 전쟁이 똘똘한 한 채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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