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사무·지식 노동은 AI에이전트

본격적 도입 시작된 피지컬AI

勞 반발 땐 기업 해외 이전 검토

 

노동·고용 패러다임 원천 변화

기술 진보는 이미 거대한 파도

저항보다 발전적 수용 나서야

첨단기술의 확산은 더 이상 특정 산업에 국한된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로봇, 고급 인공지능(AI), 자율주행은 이미 경제와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으며, 각국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제도화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이 좌우되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이 거대한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어적 태도’에 머무르는 일이 아니라, 불가피한 변화를 어떻게 건설적인 방향으로 흡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인 선택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시연은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물류 적재와 부품 운반 등 실제 제조 공정에 즉시 투입 가능한 ‘피지컬 AI’의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 생산 현장 단계적 투입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제조업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반면, 국내 기류는 복잡하다. 현대차노조는 로봇 도입이 고용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기술 도입의 속도와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지연되는 사이, 기업들이 생산기지의 효율성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체함으로써 얻는 산업 안전 강화와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사무·지식 노동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를 비롯해 에이전트 시스템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며 사무 인력 대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최근 앤스로픽의 클로드(Claude)가 선보인 고도화된 에이전트 시스템은 간단한 문서 작성과 일정 관리를 넘어, 신입 사원급의 업무 프로세스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기업의 인력 운용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을 현실로 끌어올렸다. 고용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금융시장마저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지만, 이를 단순히 ‘일자리 상실’로만 해석하는 것은 단견이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도구는 언제나 직무의 내용을 재정의하면서 노동시장을 재편해 왔다. 그 핵심은, 변화의 속도에 맞춘 ‘교육 체계의 재설계’이다. AI 활용 역량을 시민의 기본 소양으로 함양하고, 노동자들이 고부가가치 분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사다리가 없다면 기술의 혜택은 일부에게만 집중될 것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국가 간 격차는 더욱 뼈아프다. 중국은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교통 체계의 일부로 편입시켰고, 미국의 웨이모는 로보택시 상용화 범위를 연일 넓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선도 기업들이 축적하는 방대한 실도로 데이터는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자산이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서비스는 여전히 과도한 규제와 사회적 수용성 부족에 가로막혀 실증 단계에서 공전하고 있다. 제도의 지연이 기술의 퇴보 및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로봇·AI에이전트·자율주행 이 세 사례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기술 변화의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고, 전환 과정의 충격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이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변화를 늦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실험과 전환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 기업은 기술 도입의 효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사회적 논의의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교육·노동·사회보장 정책을 유기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흐름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됐다. 준비된 대응으로 이 파도를 타고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지연과 저항 속에서 경쟁력을 잃고 휩쓸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특히, 인구 감소로 성장동력 저하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변화를 발전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 설계와 사회적 대타협이다.

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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