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산정

배당금 같아도 낮아보이게 돼

배당 늘린 기업이 되레 배제도

‘자사주 소각’ 산정 제외도 논란

정부가 배당을 늘린 기업 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후속 시행령 기준을 두고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회계 방식에 따라 배당을 확대해도 ‘고배당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배당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책을 믿고 들어갔는데 혜택 문턱이 생각보다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에 따르면 정부가 입법예고한 ‘2025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배당소득 과세특례 대상 기업 수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368곳에서 연결재무제표 기준 306곳으로 62곳(16.8%)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상장사(2485곳) 대비 수혜 기업 비중도 14.8%에서 12.3%로 낮아진다. 단순히 계산 기준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제 혜택을 기대했던 기업 6곳 중 1곳이 탈락하는 셈이다.

정부는 앞서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이 10% 이상 증가한 기업의 주주에게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14%→9%)을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때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배당금 비율) 계산 시 분모가 되는 당기순이익을 자회사 이익 (지분율 고려)까지 모두 합산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자회사를 많이 둔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연결 기준 순이익은 커지지만, 그 이익이 모회사로 배당되지 않는 한 모회사가 주주에게 지급할 수 있는 배당금은 늘지 않는다. 배당금은 그대로인데 분모만 커지면서 배당성향이 낮아 보이는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

상장협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배당성향 50%를 기록한 기업도 연결 기준을 적용하면 배당성향이 25% 수준으로 낮아지는 사례가 나타났다. 배당을 줄이지 않았는데도 고배당 기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장협 관계자는 “배당 재원은 결국 모회사의 실제 지급 여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연결 기준을 적용하면 배당을 늘린 기업이 오히려 세제 혜택에서 배제되는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주환원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은 ‘자사주 소각’이 배당성향 산정에서 제외된 점도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시행령은 현금배당총액만 배당으로 인정하고, 자사주 취득이나 소각 금액은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금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019년 1조180억 원에서 2024년 10조4986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배당 세제지원의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기준이 현실과 괴리될 경우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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