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어린 돌봄의 동행’

 

장애 가진 80대 할머니 대신해

가사·간호·생활비 책임진 A군

지역사회 도움에 대학생활 준비

 

아픈 보호자 돌봄 떠맡은 아동

118명 조기발굴해 맞춤형 지원

“가족돌봄청소년 공적 의제로”

지난해 6월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2025 대구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지원사업-어린 돌봄의 동행’ 프로그램 일환으로 해외문화체험을 간 청소년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지난해 6월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2025 대구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지원사업-어린 돌봄의 동행’ 프로그램 일환으로 해외문화체험을 간 청소년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80대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병원을 오가던 A 군은 이제 서울대 새내기로 캠퍼스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A 군은 태어난 직후부터 편마비와 언어·청력 장애를 지닌 80대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A 군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할머니를 대신해 집안일과 간호, 생활비 관리까지 책임지며 ‘가장 어린 가장’으로 성장했다. 그는 “준비물과 가정통신문 등 학교생활의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며 “그래도 할머니가 제 세상 전부였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A 군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 과목 1등급을 유지하고 학생회 부회장을 맡는 등 학업과 학교생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과 돌봄 책임은 늘 벽처럼 존재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지원사업 ‘어린 돌봄의 동행’을 통해 많은 고민을 떨쳤다. 초록우산은 A 군에게 생계비, 학비, 준비물 등을 제공했다.

A 군은 초록우산의 도움을 받고 처음으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과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A 군은 “이제는 미래를 계획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며 “언젠가는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는 대구광역시, 대구시교육청, 대구사회복지관협회 등과 협력해 2025년 3월부터 12월까지 어린 돌봄의 동행을 진행했다. A 군처럼 부모나 보호자의 질병·장애·정신적 어려움 등으로 돌봄 책임을 떠안은 아동·청소년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했다. 상담, 정서 지원, 학업·생활 지원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통합지원 모델도 구축했다. 이 사업을 통해 대구 지역 만 24세 이하 가족돌봄아동·청소년 118명이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지원사업을 통해 기타 수업을 받고 있는 한 청소년.  초록우산 제공
지난해 8월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지원사업을 통해 기타 수업을 받고 있는 한 청소년. 초록우산 제공

대구시는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이 오랫동안 공적 지원망 밖에 놓여 있었다고 보고, 2023년 ‘대구광역시 가족돌봄 아동·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실제 실행 체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초록우산은 학교와 지역사회, 민간 후원을 연결해 현장에서 작동하는 지원 구조를 구축했다. 지역 복지관은 최소 월 2회 이상 가정과 연락하며 생활 상황을 점검했고, 학습 물품이나 생활 지원 등을 맞춤형으로 연계했다.

지원 대상자였던 B(14) 양은 여덟 살 때부터 우울증과 만성질환을 앓는 어머니의 보호자 역할을 했다. 매일 식사를 준비하고,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갔다. B 양은 “제가 없으면 가족이 무너질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B 양은 사업을 통해 생애 첫 해외문화체험을 경험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B 양은 여권을 만들고 비행기를 타며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경험했다. 그는 제과제빵을 배우고 싶다는 꿈을 발견했고, 진로를 탐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대구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례를 전부 개정해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하고 통합지원체계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했다. 연령 제한을 완화하고 맞춤형 사례 관리, 조기 발굴을 위한 인식 개선 교육과 홍보 등이 조례에 포함됐다. 이후 인력 배치와 예산 반영으로 이어지며 지역 차원의 지속 가능한 지원 모델 구축 기반이 마련됐다.

초록우산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아동사회문제로 바라보는 전환점이었다”며 “어린 나이에 가족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던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동행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린아 기자
김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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