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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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 그리고 이글루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흔히 이들을 ‘이누이트(Inuit)’ 혹은 ‘에스키모(Eskimo)’라 불러 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두 단어는 거의 같은 뜻처럼 사용돼 왔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 이누이트와 에스키모는 역사적 배경도, 사용되는 맥락도, 담긴 의미도 엄연히 다르다.

‘에스키모’는 외부인이 북극권 원주민을 통칭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서로 다른 여러 원주민 집단을 하나로 묶어 부르는 편의적인 명칭이었으나,‘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민간 어원설이 퍼지면서 경멸과 비하의 뉘앙스를 띤 용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 사용 맥락은 지역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알래스카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공식 문서나 단체명에 ‘에스키모’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유픽(Yupik)족처럼 자신들을 이누이트와 구분하기 위해 이 용어를 고수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이누이트’라는 호칭이 부정확하거나 강요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반면 ‘이누이트’는 그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이는 외부에서 붙여진 호칭을 거부하고 자기 정체성을 되찾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지닌다. 캐나다와 그린란드에서는 ‘이누이트’가 공식 용어로 정착해 법률, 행정,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표준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누이트는 캐나다, 그린란드, 알래스카, 러시아 극동 지역에 걸쳐 분포한다. ‘이누이트’라는 하나의 이름 안에서도 각 공동체는 저마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결국 ‘에스키모’가 외부의 시선과 편의를 반영한 포괄적 범주라면, ‘이누이트’는 주체적인 자기 명명이자 정체성의 표현이다. 두 단어를 무분별하게 혼용하는 것은 그들의 고유한 역사와 엄연한 차이를 지워 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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