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 전 한국재정학회장
부동산시장의 불법행위를 조사·수사하게 될 국무총리 소속 ‘부동산감독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10일 발의된 이후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감독원 설치 논의는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 근절을 명분으로 하지만, 그 본질은 경제 재화에 대한 국가 통제의 확대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부동산은 개인의 자산 형성과 교환이 이뤄지는 대표적 경제 재화이며, 시장의 자율적 거래 속에서 가치가 형성된다. 이를 상시 감시와 조사 대상으로 규정하는 순간, 시장은 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좌파 정부는 전통적으로 부동산 재화에 대한 강한 알레르기를 보여 왔다. 이를 대표적인 불로소득의 근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고,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를 강화해 다주택자의 행동을 바로잡으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해당 시기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정책은 실패로 귀결됐다. 현 정부 역시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부가 실패한 이유를 정책 수단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 연장선에서 새롭게 등장한 발상이 바로 부동산감독원이다.
그러나 세금 강화, 정보 독점, 감독 기구 확대는 본질적으로 가격 규제 정책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시장에 직접 상한선을 두지 않더라도 거래를 위축시키고 심리를 통제하면 가격을 관리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인류 경제사에서 정부가 가격 규제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더 중요한 교훈은, 이런 반복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권력자는 언제나 예외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재산권은 시장 질서의 핵심이며, 거래의 자유는 그 실질적 내용이다. 감독기관이 금융 정보와 거래 내역을 폭넓게 들여다보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이는 재산권 행사 과정 자체에 지속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감시는 처벌보다 먼저 시장을 위축시킨다. 투자와 거래는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행위인데, 그 위에 국가의 상시적 관찰이 더해지면 경제 주체의 판단은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보에 대한 국가의 통합적 접근은 위험하다. 개인의 거래·대출 및 자산 형성 과정까지 한 기관이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이는 단순한 범죄 대응을 넘어 경제활동 전반을 관리하는 체계로 바뀔 수 있다. 정보가 곧 권력임을 고려하면, 이는 시장 참여자 전체를 잠재적 감시 대상으로 만들게 된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지, 감시의 부족이 아니다. 감독기관을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가격이 안정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동산 거래의 위축과 정책 불신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자유로운 거래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지만, 과도한 통제는 그 조정 기능을 약화시킨다.
경제 재화를 정치적 시각으로 다루기 시작하면 규제는 점점 강해지고 권한은 계속 확대된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은 분명하다. 가격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반복해서 실패해 왔고, 그때마다 시장만 왜곡됐다. 같은 철학과 같은 접근으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감독원 설치는 신중을 넘어, 단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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