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日 총리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中 제재로 중일 갈등 점입가경
대만 통일 놓고 중국 내분說도
日 여당 압승·시진핑 연임 배경
대만문제 강경 대결 지속 전망
트럼프·시진핑 담판 결과 달려
1894년 벌어진 청일전쟁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조선과 대만의 명운도 흔들었다. 1882년 임오군란과 2년 뒤 갑신정변에서 밀린 일본은 청의 조선 내정간섭을 묵인하며 칼을 갈았다. 10년간 국방비를 대거 투입해 상비군과 해군력을 증강한 메이지 정부는 청의 조선 종주권(宗主權)을 박탈하고 대만 식민지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중·일 전문가인 에즈라 보걸은 ‘중국과 일본’에서 ‘일본이 중국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군사력뿐 아니라 전면적으로 근대화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청일전쟁 패전의 복수 기회를 노리던 중국은 2010년 일본을 밀어내며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랐다. 2010∼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일본을 거세게 압박했다. 중국에 밀린 일본은 ‘강한 일본’을 내세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기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화 추구와 과거사 부정, 군사력 강화 등 우경화했다.
아베를 계승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8일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10석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개인적 인기와 함께 일본 국민의 애국주의에 호소한 측면이 컸다. 무엇보다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에 맞짱 뜬 배짱에 대한 지지 덕분에 가능했다. 지난해 11월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有事)시 무력공격 발생은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한다는 발언을 했다. 중국은 전방위로 일본을 공격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 개정과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 비핵 3원칙 철회 등을 통해 ‘강한 일본’을 실현할 호기를 맞았다.
중·일 갈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군내 2인자인 장유샤(張又俠)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을, 체제에 대한 반기와 부패 등의 이유로 숙청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신임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장 부주석이 하루아침에 몰락한 원인으로는 석연치가 않다. 대만 무력통일을 둘러싼 노선 갈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자 시 주석의 4연임 여부를 결정할 제21차 당 대회가 열리는 2027년을 앞두고 무력을 통해서라도 대만 통일 위업을 달성하려는 시 주석의 방침에 장 부주석이 강력하게 저항했다는 것이다. 중국-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지휘한 경험이 있는 장 부주석은 중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미국에 대적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침체로 대만 문제에서 성과가 조급한 시 주석이 국내외적으로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는 배경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최은미·이동규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역내 안보 질서의 ‘적극적 행위자’로 존재감을 키울 필요성과 보수층 결집을 통한 지지 확보 의도 때문에 발언을 철회할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도 미국 동맹 네트워크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 견제, 대만 독립 진영에 대한 우위 확보, 4연임을 위한 정치적 권위 확보 차원에서 대만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관세 부과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각각 유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4월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관건이 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편을 확실하게 들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민당 압승을 축하하며 “힘을 통한 평화라는 의제를 추진하는 데 큰 성공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반구 주도권을 확보하는 대신 중국의 세력권 질서를 용인하는 듯한 트럼프가 경제적 이익과 관세무역 협상 타결을 위해 시 주석의 대만 야망을 수용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미·중 회담에 앞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미·북 정상회담도 동북아 핵 질서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동북아 국가들에 청일전쟁급 이상의 충격이 가해질 것이다. 한국 경제와 안보도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 중·일 갈등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이유다. 한미일 공조 속에 대북 방어의 1차적 책임을 져야 할 한국의 대만 문제 개입 범위를 조속히 협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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