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

언제든 실제 매도 연결 가능

공매도 잔고도 14조로 급증

전문가 “급락 신호는 아니다”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인 대차거래 잔액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대차잔액 급증은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시장의 경계 심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작은 변수에도 지수 등락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141조2390억 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10조 원대였던 대차잔액은 한 달여 만에 30조 원 이상 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대차거래 잔액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으로 언제든 실제 매도로 연결될 수 있는 ‘대기 공급’의 성격을 갖는다. 통상 잔액의 상당 부분이 실제 공매도로 이어지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를 급등 이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경계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공매도가 전면 재개됐던 지난해 3월 말(약 65조70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11개월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실제 공매도 잔고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잔고 금액은 지난 6일 기준 14조2190억 원으로, 지난해 3월 말 약 3조9000억 원 대비 3.6배가량으로 확대됐다. 코스피가 530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하락 가능성에 대비한 거래가 시장에 일정 부분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대차잔액과 공매도 잔고가 동시에 늘어난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정 국면에서는 대기 물량이 실제 매도로 이어지며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고 반대로 급반등 시에는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한 쇼트커버링(상환 매수)이 몰리며 등락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월 말 30선 초반에서 이달 들어 50선 안팎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0년 팬데믹 초기 이후 보기 드문 수준으로 시장이 지수 방향성보다 변동성 자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대응이 엇갈리면서 수급이 양방향으로 맞물리는 흐름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대차잔액 증가를 곧바로 지수 급락 신호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차거래는 실제 공매도 집행 여부와는 구분되는 지표로, 급등 이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방어·차익 성격의 거래가 함께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상승과 하락 어느 한쪽으로 방향성이 명확하게 쏠리기보다 작은 재료에도 가격 반응이 커지는 국면에 가깝다”며 “대차잔액과 공매도 잔고 증가는 방향성보다는 변동성 관리 측면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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