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조한 20대 구속회피후 덜미

 

코인투자 명목 3억여원 가로채

23원뿐이었던 잔고증명서 위조

변제능력 가장… 구속영장 면해

檢 보완수사… 혐의 추가후 구속

일러스트=김유종 기자
일러스트=김유종 기자

부산=이승륜 기자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실제 잔액이 23원에 불과한 계좌에 수억 원이 남아 있는 것처럼 조작해 판사까지 속이고 구속을 피했던 20대 남성이 검찰의 보완수사에 덜미를 잡혀 결국 구속기소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김건)는 투자금 명목으로 약 3억2000만 원을 가로채고 수사기관과 법원에 허위 잔고증명서를 제출한 혐의(사기,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A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8∼10월 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이용해 의사국가시험 합격증, 가상화폐·예금 보유 내역 등 각종 허위 문서를 제작했다. 그는 이를 이용해 수십억 원대 자산을 가진 의사 겸 사업가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코인 투자와 크루즈 선박 사업, 메디컬센터 설립 비용 등을 명목으로 약 3억2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위조문서는 실제 금융·공공기관 발급 서류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A 씨는 특히 지난해 12월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변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AI를 이용해 잔액 23원을 9억 원으로 조작한 잔고증명서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담당 판사에게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A 씨가 전액 변제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기각했으나, 한 달 넘게 변제가 이뤄지지 않자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A 씨가 전에도 AI로 의사국가시험 합격증 등을 위조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 법원 제출 잔고증명서의 진위를 의심했다. 결국 은행 제증명 발급조회와 사실조회, 계좌 추적을 통해 해당 문서가 실제 계좌 정보와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계좌 영장 집행 결과 실제 잔액은 23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밝혀냈다.

검찰은 허위 잔고증명서 제출로 판사의 영장 심사 직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해 지난달 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원은 이달 2일 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이후 검찰 조사에서 범행 대부분을 자백했고, 검찰은 6일 A 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AI 생성물이 범죄에 악용될 경우 수사·사법 절차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AI 생성물 표시제가 도입되었음에도 구체적인 표시 방법 및 절차 부재, 과태료 같은 제재 수단 미비 등의 이유로 대중적인 AI 플랫폼에서는 AI 생성물 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금융 서류처럼 악용 가능성이 큰 문서에 대해서는 AI가 위·변조 이미지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거나, 생성물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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