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니파바이러스’ 주의보… 다시 고개드는 팬데믹 ‘6년 주기설’

 

방글라데시·인도·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서 잇단 확진·사망

 

잠복기 3∼14일… 발열·구토

하루이틀간 혼수상태 뒤 숨져

공기 감염 불가능해 확산 한계

 

사스·신종플루·메르스·코로나

5~ 6년 간격 유행에 방역 비상

치명률이 최고 75%에 달하는 인수공통감염병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사례가 아시아 곳곳에서 보고되고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스(SARS)와 신종플루(H1N1), 메르스(MERS), 코로나19까지 평균 6년 안팎의 간격으로 대형 감염병이 반복됐다는 ‘6년 주기설’까지 대두되면서 니파바이러스가 다음 팬데믹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치명률이 높은 탓에 전파력이 낮아 ‘6년’이라는 숫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오지만, 아시아 각국은 일제히 검역을 강화하고 여행객에게 전염병 주의보를 내리는 등 사전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쥐 등으로 전파되는 니파바이러스… 치명률 높은데 백신·치료제 없어=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방글라데시 북부 나오가온 지역에서 중년 여성이 지난달 21일 니파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인 뒤 일주일 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발생은 인접국 인도 동부 웨스트벵골주에서 지난달 11일 올해 첫 감염 사례로 남녀 간호사 2명이 확진된 데 이은 것이다.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최소 3일에서 최대 14일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구토, 인후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이후 어지러움, 의식 장애 등 신경학적 징후를 보인다. 심하면 뇌염과 발작까지 일으킬 수 있고 이 경우 24∼48시간 이내에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WHO 등에 따르면 니파바이러스는 과일박쥐나 돼지 등 감염된 동물이나 사람의 체액에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된 동물의 체액으로 오염된 식품을 먹을 경우 감염될 수 있다. 첫 인간 감염 사례는 1998년 말레이시아 돼지 농장에서 보고됐다. 니파바이러스라는 명칭도 당시 감염 환자가 살던 마을인 ‘숭가이 니파’에서 따온 것이다. 이후 방글라데시,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보고됐다. 이 중 방글라데시에서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거의 매년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340여 명에 달하는 방글라데시 내 누적 확진자 중 24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치명률이 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WHO는 니파바이러스를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병원체로 분류했으나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니파바이러스가 특정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어렵고, 치명률도 높아 연구 과정이 끝나기 전에 실험 대상자가 사망해 버리기 때문이다. 또 니파바이러스 감염자가 주로 동남아시아 저소득 국가 농촌 지역에서 나와 서방의 거대 제약회사들이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관심을 가질 경제적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024년 인도 케랄라주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니파바이러스 확진자를 이동식 침대에 실어 격리 병동으로 이송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24년 인도 케랄라주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니파바이러스 확진자를 이동식 침대에 실어 격리 병동으로 이송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6년 주기설 떠오르며 니파 확산세에 이목 집중…‘숫자 집착 필요 없어’ 제언도= 니파바이러스 사망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전후로 떠오른 감염병 ‘6년 주기설’도 공포를 키우고 있다. 실제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코로나19(2019년)까지 최근 20여 년간 인류가 겪은 대형 감염병은 평균적으로 5∼6년을 주기로 유행을 반복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지 6년째 되는 올해 니파바이러스가 인류를 강타할 새로운 팬데믹으로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WHO는 “현재 니파바이러스가 국가 간에 번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며 여행이나 상품 거래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감염병 유행은 병원체의 진화, 인간의 이동성, 방역 체계, 사회적 대응 등 복합 요인의 결과이기 때문에 6년이라는 숫자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또 니파바이러스의 경우 치명률이 높고 공기 감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팬데믹으로 번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는 2000년대 방글라데시 감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니파바이러스의 재생산지수(R0·환자 한 명당 평균 전파력)를 0.48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 R0값이 1 이상이어야 감염병 유행 수준으로 간주한다.

◇코로나 악몽에 비상 걸린 아시아… 부랴부랴 백신 개발도= 그럼에도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악몽이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니파바이러스 유행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방역 강화에 나섰다. 확진자가 발생한 인도와 국경을 맞댄 네팔은 지난달 ‘최고 경계 태세’를 선포하고 트리부반 국제공항과 국경 검문소 전체에서 검역을 강화했다. 베트남도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인도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체온 측정을 실시하고, 31개 성·시 보건부에 긴급 공문을 발송했다. 태국 보건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수완나품·돈므앙·푸껫 국제공항에서 3단계 검역 시스템을 가동했다. 싱가포르 전염병청도 지난달 28일부터 창이 공항에서 인도 감염 지역발 항공편 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질병관리청이 해외감염병 발생 동향과 위험평가를 반영하여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앞선 지난해 9월부터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백신 개발 시도도 각국에서 진행 중이다. 백신 개발 진도가 가장 빠른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니파바이러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2단계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옥스퍼드대는 해당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과 동일한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며 향후 수개월 내 임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진도 니파바이러스에 관한 연구에 최근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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