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의대 MRI 정밀영상센터

 

‘MRI 정밀영상연구센터’ 만들어

뇌·신경조절 연구 인프라 확보

구애받지 않고 영상 찍어 분석

편성범 학장 “다양한 분야 협력”

 

의예과 없애고 통합 커리큘럼

‘뇌 연구 본산’ 발전 계기 마련

고려대 의대 MRI 정밀영상연구센터가 연구용으로 도입한 지멘스헬시니어스의 ‘마그네톰 시마 엑스 3 테슬라 MRI’.  고려대 의대 제공
고려대 의대 MRI 정밀영상연구센터가 연구용으로 도입한 지멘스헬시니어스의 ‘마그네톰 시마 엑스 3 테슬라 MRI’. 고려대 의대 제공

한국 의과대학은 전통적으로 의사 양성과 진료에 중점을 둬오면서, 연구에는 비교적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구는 직접적 수익 창출이 어렵고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대는 한국 의대들의 전통적 모델에서 벗어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정밀영상연구센터를 설치하는 등 의료 연구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이다. 또 메디사이언스파크의 바이오 연구·개발(R&D)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디사이언스파크는 첨단 연구성과가 표준화된 진단치료기술 개발의 프로세스로 확립되는 실행 중심 연구 플랫폼이다. 여기서 MRI 정밀영상연구센터는 정밀의료와 중개 연구를 현실화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미래의학관에서 만난 편성범 고려대 의대 학장은 “의료 원천기술을 만드는 생산자를 양성하는 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며 의사과학자 양성을 강조했다.

―MRI 정밀영상연구센터 소개를 부탁한다.

“정밀의학을 아주 기초적인 마이크로(미시적 수준, 분자·유전자 등) 단계에서 매크로(거시적 수준, 조직·장기 등) 단계로 끌어올리는 연구 플랫폼으로, 다학제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 MRI 전문 영상센터다. MRI 정밀영상연구센터엔 뇌영상 및 신경조절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충분한 연구 인프라가 확보돼 있다. 이를 통해 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등 연구진과 뇌신경과학교실·해부학교실 등 기초의학교실, 뇌공학과·인공지능(AI)학과 등 이공계를 망라한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에 세계적 의료기기 선도기업인 지멘스헬시니어스(독일)의 최신 장비도 들여왔다고 들었다.

“지멘스헬시니어스의 ‘마그네톰 시마 엑스 3 테슬라 MRI’를 연구 전용으로 도입했다. 국내에 3대밖에 없는 이 장비는 연구용으로 의대에 들여온 최초 MRI로, 가장 높은 사양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인체용 MRI 중 가장 강력한 경사 자장인 최대 200mT/m 기술이 탑재돼, 미세 뇌구조 및 기능 영상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AI 딥러닝 기반 자동화 기술과 고채널 유연 코일을 통해 복잡한 촬영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전경.
고려대 의대 제공
서울 성북구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전경. 고려대 의대 제공

―대학이 감당하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정확한 액수를 말할 수는 없지만, 보통 대학에서 MRI를 구입하는 데 약 50억 원이 소요된다. 그런데 50억 원을 돈도 못 버는 연구를 위해 쓰겠다는 것은, 보통의 정신과 각오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연구 분야에서 어떤 부분의 변화가 예상되나.

“고려대 안암병원에도 MRI가 6∼7대 있는데, 연구용을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연구용 환자 영상을 촬영하더라도, 일반 환자가 내는 비용과 동일한 수가가 부과되기 때문에 연구비 부담이 컸다. 환자 한 명당 120만 원 정도인데, 대규모 연구를 하려면 수천만 원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연구용 MRI 도입으로 이제 연구자들은 마음대로 영상을 찍어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바이오마커(생체 표지자)나 질환 메커니즘 등을 발견하는 연구들을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 의대 연구 인프라와 교육 시스템은 어떤가.

“영국 노팅엄대 의대에만 연구용 MRI가 3대 있다. 노팅엄대는 MRI 연구센터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 7대 정도의 MRI가 있는 것으로 안다. 선진국 의대들은 연구용 MRI를 기본 몇 대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연구용 MRI 보유 여부에 따라 연구 수준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하버드대나 예일대 의대의 경우, 입학생 약 5%가 의사과학자의 길을 간다. MRI나 백신을 만든 사람들이 모두 의사과학자다. 우리도 5∼10% 정도 학생을 의사과학자로 양성하는 등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꿔, 전 국민과 세계가 혜택을 받는 기술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성범 의대 학장
편성범 의대 학장

―앞으로 목표는.

“두 가지가 있다. 고려대 의대는 의예과를 없애는 것을 추진 중인데, 현재 법인 이사회 결정만 남아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 신입생은 의학과 1학년으로 바로 입학을 하게 된다. 의예과와 의학과의 단절이 없는 6년 통합 커리큘럼을 만들고, 미래 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고려대만의 강점을 지닌 의학교육을 완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 경쟁 전략을 통해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가령, 영상을 이용한 뇌 연구의 본산과 같은 연구센터를 만들고 싶다. 이를 통해 고려대 의대가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28년 이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꿈이다. MRI 정밀영상연구센터가 이러한 꿈을 실현시킬 연구 플랫폼의 마지막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현욱 기자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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