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가 단순한 공연 일정을 넘어 외교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주한 대사가 자국 공연 유치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데 이어 멕시코 대통령도 추가 콘서트를 요구하는 등 각국 정부가 직접 ‘BTS 러브콜’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디스와 음쿠쿠 주한 남아공 대사는 11일 서울 용산구 대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남아공 사람들은 BTS가 오기를 간절히 원한다”며 월드투어 일정에 남아공을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남아공 공연 성사를 대사로서 자신의 ‘큰 임무(big assignment)’라고 표현하며 “연결할 수 있는 연락처가 있으면 공유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년 한-남아공 수교 35주년을 언급하며 “남아공은 한국의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이라고 강조했고, 광물 자원 협력과 기술 이전 문제를 거론하며 문화 교류 확대를 경제 협력과 연결했다.
BTS는 3월 20일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을 발표하고 다음 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컴백 공연을 연 뒤, 4월 9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북미·유럽·남미·아시아 등 34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일정에는 아프리카 국가는 포함돼 있지 않다.
멕시코에서도 정상급 요청이 나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멕시코 추가 공연 배정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멕시코는 중남미 최대 K-팝 시장 가운데 하나로, 공연이 열릴 경우 관광·소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페루 등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도 공연 유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콘서트가 도시 브랜드 제고와 청년층 지지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국 정부가 공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K-팝이 지닌 경제적·상징적 파급력이 있다. 대규모 월드투어는 항공·숙박·외식 등 관광 소비를 동반하고, 개최 도시에 글로벌 미디어 노출 효과를 가져온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형 콘서트가 수천억원대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BTS 월드투어를 둘러싼 경쟁은 문화 콘텐츠가 외교 의제와 맞물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공연 유치가 팬덤 차원을 넘어 관광·투자·국가 이미지 전략과 결합하면서 정부 차원의 공식 요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상과 대사가 직접 공연을 요청하는 장면은 K-팝이 문화 산업을 넘어 국가 전략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