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먹는다. 먹는 것의 첫 번째는 역시 음식이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그 외에 담배, 연기, 마음, 나이, 겁, 욕, 뇌물, 점수 등을 비롯해 전체 15가지의 서로 다른 부류를 먹는다. 음식은 본래 생존을 위해 먹은 것이지만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하니 반갑다. 담배는 몸에 해로우나 즐거움을 주기도 하니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마음은 먹기 나름이니 좋고 나쁨을 가리기 어려우나 나머지 종류는 대부분 달갑지 않은 것들이다.

연탄가스나 유독 가스는 죽음에 이르게 하니 피해야 한다. 겁을 먹으면 비겁해지고 욕을 먹으면 의기소침해진다. 뇌물이나 공금을 먹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 김이 습기를 먹으면 눅눅해서 맛이 떨어진다. 축구 경기에서 골을 먹으면 지고 권투 경기에서 주먹을 먹으면 쓰러진다. 성적 대상에 대해 쓰기도 하지만 결코 써서는 안 될 말이다. 장사에서의 이익, 경기에서의 우승 등도 먹는다고 하지만 왠지 부당하거나 천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머지 하나는 ‘나이’인데 이게 꽤나 묘한 느낌을 준다. 태어나 자라고 늙어가면서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나이를 먹는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생일이 되어야 한 살 더 먹는 것이겠지만 대개 설을 기준으로 한 살씩 더 먹는다. 설에 떡국을 먹는 전통이 있으니 떡국 한 그릇을 나이 한 살로 치기도 한다. 스무 살을 전후로 이전의 떡국은 반갑지만 이후는 달갑지 않다.

누구도 피하지 못하고 공평하게 먹는 것이니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 좋은 점을 찾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철이 들고, 아는 것이 많아지고, 현명해진다고 믿는다. 담배, 가스 등 몸에 해로운 것은 피할 줄 알게 된다. 뇌물, 공금, 이익 등을 부당하게 먹으면 죄가 되니 거들떠보지도 않아야 한다. 주먹이나 골탕을 먹지 않을 만큼 바르고 똑똑하게 처신해야 한다. 의기소침해지게 하는 물과 용기를 잃게 하는 겁도 이길 줄 알아야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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