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의 실상은 ‘코스피 5500, 코스닥 1100’이라는 주가 상승 단일 지표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하방 압력이 강하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물경제는 바닥에 가까울 정도이다. 일자리는 줄고, 산업 전반은 재편 압력에 시달리는 가운데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질서는 국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기에 필요한 것은, 기술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노사관계의 확립이다. AI 시대의 신(新)노사관계가 필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정부와 노동계가 잇달아 노정협의체를 구성하며 AI를 핵심 의제로 올린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하지만 여기서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또 다른 주체인 사측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은 위축됐고,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취업자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1월 고용 증가 폭이 13개월 만의 최소치에 그친 사실은 AI가 고숙련뿐만 아니라 중숙련 등 거의 모든 직군에 구조적 충격을 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현재 체감경기가 나빠지는 가운데 기업이 기술 투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반도체산업처럼 AI 수요 증가로 호황을 누리는 일부 업종이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는 전체 산업의 불균형을 가릴 뿐 실물경기의 냉각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기업데이터 조사에서도 500대 기업의 일자리가 6700개 이상 줄었고, LG전자·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통 제조업과 유통업은 AI 기반 생산성 경쟁에 뒤처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제 환경은 분명한 사실 하나를 말해준다. AI는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생존하기 위한 최우선 전략이며, 이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AI 시대의 신노사관계는 기술 도입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서 기업의 생산성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협력하는 관계여야 한다. 일본·독일·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이미 기술 협력형 노사 모델로 전환한 배경도 바로 이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기술 중심 산업구조로의 전환이다. 기업은 AI 전환기에 맞는 전환형 고용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한 고용 유지가 아니라, 직무 전환·재교육·전환 배치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노동자의 역량을 새로운 산업 구조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 노동계도 기술 도입 자체를 반대하거나 저지하는 과거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기술 변화는 되돌릴 수 없으며, 기술 도입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재설계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확보해야 한다. 19세기 초 영국의 러다이트운동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은 주가만 오르고 실물경제는 동결된 ‘두 얼굴의 경제’라고 평가받는다. AI가 국가 성장동력이 되려면, 기술혁신과 노동구조의 재편을 조화시키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결국, AI 시대의 신노사관계는 국가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어야 하며, 지금 그 전환을 시작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 전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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