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문화부 차장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작가는 지난 1992년, 이런 제목의 소설을 발표했다. 젠더 간 차별 및 폭력을 다룬 소설의 내용과 별개로, 이 제목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문장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연구하는 반발 이론(Reactance Theory)에 해당하며, 더 쉽게는 ‘청개구리 심보’라 불린다.

최근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은 글로벌 화두다. 중독에 가까운 사용량과 더불어 이를 통해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지는 절대 안 된다”는 청소년들의 반발 속에 호주는 지난해 12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개설과 접속을 전면 차단했고, 영국·프랑스·독일 등도 유사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도 동참하는 모양새다. 말레이시아는 1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했고, 중국은 SNS 플랫폼 ‘더우인’의 14세 미만 청소년 이용 시간을 하루 40분으로 제한했다.

한국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김종철 초대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후보 단계이던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호주의 청소년 SNS 접속 차단 정책의 국내 도입 관련 질문에 “너무나 당연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위원회 측이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해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5일 위원회는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 관련 열린 간담회’를 진행했고, 중·고등학생 12명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알고리즘으로 인한 정보 편식이 문제다” “타인의 잘난 모습만 보며 나와 비교한다” “허위뉴스, 잘못된 정보를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등 SNS의 폐해를 지적했다.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또 다른 참석 청소년은 “제한으로 인한 반발과 불편이 더 클 것이다” “오히려 해외 우회 가입하거나 나이를 속이는 등 어떻게든 뚫어내려는 이들이 나올 것”이라고 꼬집고,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 제한·금지보다는 사용 행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절충안도 제시했다.

양쪽 의견 모두 타당하다. 아울러 SNS 사용 제한이 인간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을 ‘청소년’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여러 나라에서 속속 통과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지난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저질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해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를 뜻한다.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 단어의 유행은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적 증상”이라며 “SNS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포괄적으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2년이 지났다. 더 이상 SNS 플랫폼이나 이용자의 자정작용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이제는 각 정부가 단호히 대처하고 있다.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청소년들의 아우성은 더 커졌다. 그러나 윤리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을 유해 정보와 불필요한 중독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책임의 무게는 더 묵직하다.

안진용 문화부 차장
안진용 문화부 차장
안진용 기자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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