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째 수로 답사 이어가는 김장근 전 농협 전북본부장

 

100년전 조성된 수로지만

농업·식수용으로 아직 활용

“호남평야, 무인농업시대 땐

미래형 식량보국 기지될 것”

지난해 여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에서 김장근 씨가 농업용 수리답사단에 근대농업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본인 제공
지난해 여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에서 김장근 씨가 농업용 수리답사단에 근대농업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본인 제공

전주=박팔령 기자

“한평생 농협에서 근무했는데도 호남평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은퇴 후 답사한 4000㎞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지탱해 준 식량 보국의 길이었습니다.”

김장근(62) 전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은 최근 호남 들판 4000㎞의 물길을 따라 걸었던 각오와 소감을 이렇게 정리했다. 전북의 농업 시설물에 대한 역사적 자료 등을 수집해 책을 집필 중인 김 전 본부장은 “만경·동진강이 흐르는 호남평야는 만경 수계 대간선수로(大幹線水路)와 동진 수계 김제·정읍 간선수로에서 실핏줄처럼 연결된 농업용 용수(用水)에 의지해 왔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90년 농협에 입사해 많은 시간을 전북 지역을 위해 일해온 자타 공인 전북 전문가다.

김 전 본부장이 답사한 농업용 관계 수로는 100여 년 전 조성된 농업용 관계 수로지만 아직까지 멀쩡하게 새만금 구역까지 용수를 공급하는 ‘현역’ 시설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의외로 자료가 많지 않았다. 김 전 본부장은 직접 걸으며 눈으로 그 의미를 확인하고자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준공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수로임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것에 놀랐다”면서 “관리기관의 부단한 개량과 유지 보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농업용수 공급시스템이 매우 거대하면서도 또 정교하게 조성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이 호남평야의 농업용 수로를 걷기 시작한 것은 2022년 2월 19일이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대간선수로를 비롯해 대략 한 달에 2∼3회 정도, 회당 평균 25∼26㎞ 정도씩 걸었다. 그는 “수로와 강, 하천에 최근 걷기 시작한 새만금 지역 등을 합하면 대략 4000㎞ 정도를 걸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본부장은 만경강 상류인 전북 완주군 고산면 어우보에서 군산시 옥구읍 근처 옥구저수지를 잇는 58㎞의 대간선수로와 정읍시 종성리 소수력발전소에서 부안까지 44㎞를 몇 차례씩 왕복하며 걸었다. 그는 “답사길에 만난 교량이나 제수문(制水門) 하나하나에 이 땅의 농민들이 흘린 피와 땀이 서려 있었다”며 “완주 대아댐과 임실 운암댐이 호남평야의 물주머니 역할을 해 왔다면 농업용 실핏줄로 농경지까지 물길을 이어주는 대규모 관계 시설물이 바로 만경·동진 수역 4개 도수로 체계였다”고 설명했다.

김 전 본부장은 끝없이 걸으며 호남평야의 밝은 미래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호남평야가) 조만간 닥칠 ‘피지컬 인공지능(AI), 무인 농업 시대’ 미래형 식량 보국의 전진기지가 될 것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팔령 기자
박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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