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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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돈 적어도 처벌 가능…법원 “상황 종합 판단”

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형제자매나 친척이 모이면 화투를 꺼내 ‘고스톱’을 즐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방 한쪽에 모포를 깔고 둘러앉아 화투장을 돌리다 보면 탄식과 환호가 오가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 누군가 돈을 따면 먹을거리를 사거나 잃은 사람에게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족끼리 술이나 명절 음식을 곁들여 심심풀이로 시작한 고스톱이라도 지나치면 자칫 도박에 해당할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을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일시적인 오락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둔다. 문제는 도박과 일시 오락을 가르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법원은 도박 장소와 시간, 도박자의 직업·재산 상태, 판돈 규모,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박 여부를 판단한다.

판례에서도 판단은 엇갈렸다. 2023년 4월 13일 오후 8시 30분쯤 A 씨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지인 3명과 약 15분간 1점당 100원을 걸고 고스톱을 쳤다. 당시 오간 판돈은 10만8400원이었다. A 씨 등은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일행은 돈을 딴 사람이 맥주와 통닭을 사기로 하고 고스톱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장소가 정기적이고 규모가 큰 도박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고, 시간도 비교적 짧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일시 오락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B 씨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B 씨는 지난해 3월 19일 오후 2시 50분쯤 경기 가평군의 한 부동산 사무실에서 지인 1명과 처음 본 사람 3명 등과 약 1시간 동안 고스톱을 쳤다. B 씨는 5만 원을 가지고 게임에 참여했다.

그는 “재미 삼아 고스톱을 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도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경제적으로 특별히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참여자들 사이에 서로 이름도 모르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도박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판돈 상한 제한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일시적 오락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인과 함께 고스톱을 즐겼다고 해서 반드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 씨는 2019년 12월 19일 오후 5시 10분쯤 충북 영동군의 한 다방에서 일행 3명과 세 차례 고스톱을 쳤다. 약 10분 동안 오간 돈은 1만1600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법원은 장소의 특수성과 상황 등을 종합해 도박죄를 인정하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판돈이 소액이라 하더라도 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가족과 건전하게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언 기자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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