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해고노동자들의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 금융정보를 법원에 소송자료로 제출해 재판에 넘겨진 새마을금고 임직원과 변호사에 대해 대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임직원 등 개인정보취급자가 업무수행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전받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금융실명거래·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A씨에게 벌금 700만 원, 차장 B씨와 C변호사에게 벌금 300만 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B씨는 2019년 7월 새마을금고에서 징계해고된 근로자 7명이 인천지법에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자 해당 근로자들 명의 계좌의 예금 잔액과 지급가능 금액 등 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소송대리인인 C변호사에게 전달하고 법원에 제출해 개인정보를 정보주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 개인정보보호법 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 등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이들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는 벌금 700만 원, B씨와 C변호사에게는 벌금 3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유리한 소송자료로 이용하기 위해 타인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금융거래정보를 위법하게 유출했다”며 “금융기관 종사자로서 또는 변호사로서 직업윤리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행위로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구 개인정보보호법 19조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의미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임직원은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해 이들이 업무수행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전받은 경우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외부 제3자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상황과는 다르다는 취지다.

다만 대법원은 A씨 등의 금융실명거래·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파기한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상상적 경합 또는 형법 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됐다”며 “원심을 파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민 기자
이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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