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계약 상 따로 해지사유·절차·손해배상 책임 등 정했다면 민법 689조 적용 배제돼”
삼성물산이 기간만료전 위임계약 해지했다며 제기한 소송서 배상책임 인정한 2심 파기환송
위임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지사유·절차·손해배상책임 등을 별도로 정했다면 민법 689조가 배제되고 계약서상 해지 사유·절차가 우선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민법 689조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 해지할 수 있지만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때에는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삼성물산이 원단 판매 위임계약을 만료 전 파기해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개인사업자 이모 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원심이 영업위임계약에 포함된 명시적·묵시적 약정에 따라 민법 689조 적용이 배제됐는지, 사건 계약이 해지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근거가 무엇인지에 관해 심리하지 않았다”며 파기환송했다.
원단 도소매업을 하는 이 씨와 삼성물산은 2011년 11월 삼성물산이 생산하는 숙녀복 원단 판매권한을 이 씨에게 위임하고 판매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22년 3월 삼성물산은 직물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당시까지 접수된 사업만 진행하고 기존 수주분에 대해 취소해줄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씨는 “계약이 같은해 10월까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이 일방적으로 파기해 계약기간 만료일까지 수수료 수입을 얻지 못했다”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1억2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영업위임계약에 민법 689조 적용이 배제됐는지 여부와 ‘계약서 상 정해놓은 사유가 없더라도 3개월 전 서면통지로 계약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서 조항에 따라 위임계약이 해지됐다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근거가 무엇인지였다. 1심은 삼성물산이 이 씨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2022년 위임계약 종료를 통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이 사건 위임계약은 계약서상 계약기간 만료 1개월 전 서면에 의한 해지통보에 의해 2022년 10월 기간만료로 종료됐다고 할 것이고, 이에 따라 같은해 3월 직물사업을 중단해 원고가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배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삼성물산이 2022년 3월 서면해지 통지를 했고, 계약에 따라 3개월 후인 같은 해 6월에 위임계약은 해지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 씨의 손해를 인정해 “삼성물산은 원고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민법 689조 규정과 다른 내용으로 해지사유와 절차 및 손해배상책임 등을 정했다면 약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당사자간 법률관계도 약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규율된다고 봐야 한다”며 “삼성물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양측이 영업 위임계약을 통해 계약해지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책임 발생원인 등을 별도로 정한 것은 민법 689조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위임계약 상으로 상대에게 3개월 전 서면통지로 계약해지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에 따라 해지한 경우 상대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은 계약서 상 없다”고 했다.
이재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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