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폐지 10년째인 현재 ‘고시촌’으로 불렸던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는 고시생 대신 외국인 대학생들이 자리 채우고 있었다.
지난 2월 초 찾은 대학동 주민센터 주변 골목길에서는 5분에 한번씩 외국인을 마주칠 수 있다.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모(26) 씨는 “대학동에 3년 넘게 살았는데 매년 외국인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학동 공인중개사 사장인 A 씨는 “10년 전만 해도 추리닝 입은 고시생이 9할이었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국인이 대거 많아지더니 매년 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대학생들이 옛 고시촌에 대거 유입된 이유는 이 일대에 가격이 싼 고시원, 원룸 등이 대거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 고시촌이 와해됐는데 크게 늘어난 아시아권 출신 외국인 유학생들이 월세가 싼 이 곳으로 몰려든 것이다.
입법고시와 행정고시 학원들은 고시촌에서 명맥을 잇고 있지만, 과거 사법시험 준비생들처럼 대학동에 아예 거주하면서 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한 행정고시 준비생은 “학원을 대학동으로 다니더라도 집 근처 스터디카페 등을 이용하며 공부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은 지난 2016년 마지막 1차 시험이 치러졌다.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의 인기도 예전만 못한 분위기다. 2026년도 제42회 입법고시에는 총 2321명이 지원해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발 예정 인원은 늘었는데 지원자 수가 줄면서 전체 경쟁률은 3년 연속 하락세다. 올해 행정고시에는 선발 예정 인원 381명에 총 1만1903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31.2대 1을 기록했고, 4년 연속 하락세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올라간 로스쿨과 공인회계사(CPA) 시험 준비생들은 강남, 종로 등으로 근거지를 옮겨 갔다.
오랫동안 이 곳을 지켰던 상인들은 ‘달라진 대학동’이 못내 아쉬운 분위기다. 24년 넘게 복사집을 운영했다는 B 씨는 “요즘은 신분증을 복사하러 오는 외국인들이 많고, 문제집을 찾는 학생들은 엄청 줄어서 괜히 허전한 기분이 든다”며 “한창 땐 복사집이 대학동에만 10개가 넘었는데 이젠 절반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육점 사장 C 씨는 “네팔, 파키스탄, 몽골 등 다양한 국적의 손님이 온다”며 “장사를 시작했던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과 손짓으로 소통하며 고기를 파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19 시기에도 직원 2명이서 일했는데 지금은 혼자서 일한다”며 “한국 학생들이 없으니 매출도 반토막”이라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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