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가격, 명절 후 상승…“공급 부족 만성화”
“취약계층 집중·품목별 맞춤 전략 필요”
정부가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566억 원 규모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 대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11일 발간한 ‘설 명절 대비 농축산물 물가안정대책 진단과 과제’ 보고서에서 “농축산물 할인 지원은 단기적인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확실하나, 이는 재정 투입을 통한 일시적 보전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 가격 자체가 이미 높게 형성된 과실류의 경우, 지원 종료 직후 가격이 다시 복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근본적인 가격 안정과는 거리가 있음”이라고 밝혔다.
명절 물가 패턴 바뀌었다…사과·배, 설 지나도 안 떨어져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3년까지는 설 명절 직후 수요 감소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패턴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24~2025년 들어 사과와 배 등 과실류는 설 이후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KREI는 이에 대해 설 이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만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과(大果) 생산이 감소하면서, 시장에서 상품과 중품 간 가격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며 “설 이후 단경기로 갈수록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2025년 농축산물 물가는 연평균 약 4.8%씩 상승했으며, 특히 과실류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8.3%로 곡물(2.7%), 채소(3.9%)에 비해 훨씬 높았다.
“10대 성수품 획일 관리, 정책 유연성 제약”
보고서는 정부의 명절 물가 대책이 오랜 기간 ‘10대 성수품’ 중심의 획일적 관리 방식을 유지해온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KREI는 “오랜 기간 유지해 온 ‘10대 성수품’ 중심 관리 방식은 행정적 효율성은 높으나, 최근처럼 품목별 물가상승률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정책의 유연성을 제약할 우려가 존재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편적 할인 지원의 비효율성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물가가 상시화되는 구조 속에서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할인 지원은 정책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음”이라며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간 비축 물량 파악도 안 돼…정밀한 수급 관리 필요”
보고서는 민간 부문의 재고 관리 체계 미흡도 지적했다. KREI는 “민간 비축 물량에 대한 체계적인 파악과 공공 비축 관리 체계의 고도화가 요구”된다며 민간 유통 주체가 보유한 재고 현황은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변화하는 소비 환경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1인 가구 증가, 소량·프리미엄 소비 확대, 새벽 배송 확산 등 소비자 선호와 유통 환경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대량 공급·대형 유통 중심 정책만으로는 변화된 소비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품목별·유통 채널별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대안은? “품목별 맞춤 전략·취약계층 선별 지원”
보고서는 향후 개선 방안으로 △일률적 공급·할인에서 벗어난 품목별 맞춤 전략 수립 △전 국민 대상 할인보다 저소득층·노인 가구 등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 지원 △수급 탄력성이 낮은 과실류의 계약재배 비중 확대 및 연중 수급 관리 △민간-공공 아우르는 정밀한 재고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KREI는 “품목별 농식품 가격 상승에 대해 가구 특성별 체감도가 다르므로, 명절 기간 일시적 할인을 넘어 물가 급등기에 취약계층의 필수 영양 섭취가 저해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농식품 정책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상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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