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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서 박형준 ‘투표 출발론’ 제시…권한 설계 없는 통합 경계

김경수 “여론조사+의회 의결로 충분”…속도·비용 앞세운 현실론

자치권·절차 정당성 강조 잇따라…오사카 사례도 소환

대표성 논란 vs 투표율 부담…방식 차이 뚜렷

부산시 안팎 “한 번은 직접 묻자” 분위기…설 민심 변수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주민 동의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설 연휴 밥상머리 최대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주민투표로 직접 묻자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대규모 여론조사 후 의회 의결로 갈음하자는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의 입장이 맞서면서 통합 논의가 절차 공방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통합 자체보다 ‘어떻게 동의를 받을 것인가’를 두고 긴 연휴 기간 지역 민심이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행정통합 방식 논쟁의 중심에는 박형준 시장과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분권 없는 통합은 또 다른 내부 불균형을 낳는다”며 “주민 의사를 확실히 묻는 절차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 배분권과 국토 이용권 등 실질적 자치권 설계가 선행돼야 하고, 그 이후 주민투표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통합 시점도 권한 설계와 주민 동의를 전제로 오는 2028년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속도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 주민 뜻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같은 기조를 보였고, 박완수 경남지사도 “완전한 지방정부 수준의 자치권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며 통합 기본법 제정과 권한 명문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민사회에서도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일본 오사카 행정통합이 2차례 주민투표에서 부결된 사례를 들며 “주민 동의 없이 밀어붙이면 통합 이후 갈등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같은 날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실론을 앞세웠다. 그는 “주민투표에는 400억 원 이상의 비용과 시간 부담이 있고, 별도 투표를 치를 경우 투표율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시군구별 대규모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 의사를 확인한 뒤 의회가 의결하면 주민투표에 준하는 절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공론화 과정에서 과반 동의 여론이 나온 만큼 6월 통합 추진을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두 방식의 차이는 뚜렷하다. 주민투표는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결과의 구속력과 수용성이 높아 이후 갈등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반면, 여론조사 방식은 일정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표본조사로 광역 통합을 결정해도 되느냐는 대표성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통합청사 위치, 기초자치단체 체계 개편, 권한과 예산 배분 등 생활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얽혀 있는 만큼 절차를 간소화할 경우 통합 이후 분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시 안팎에서는 주민투표 필요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 핵심 관계자는 “300만 명이 넘는 두 광역단체를 통합하면서 여론조사로 주민 의사를 가늠하는 데 대해 거부감이 적지 않다”며 “이해관계가 큰 사안인 만큼 한 번은 직접 묻고 가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행정구역이 통째로 바뀌는 문제를 표본조사로 결정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비용이 들더라도 주민투표로 정당성을 확보해야 통합 이후 갈등이 줄어든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면 “400억 원을 들여 별도 투표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 “짧은 기간에 투표를 하면 투표율이 낮아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현실론도 함께 제기된다.

지역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 통합 로드맵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남에서는 박형준의 ‘주민투표 정당성론’과 김경수의 ‘여론조사 현실론’이 맞서는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며 “지역 민심의 무게추가 ‘속도’보다 ‘정당성’ 쪽에 기울 수 있을지, 동의 방식이 통합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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